묵념29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뜰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서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 등 참석자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 한명숙 전 총리, 한승수 총리, 이 대통령, 김윤옥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 “북핵-경제문제 차분한 대응이 우선”
청와대는 ‘조문 정국’이 가져올 후폭풍을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은 채 예의주시하며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되찾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됐지만 추모 열기가 금방 식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돌발사건이라도 발생할 경우 정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하는 분위기다.
한때 40%에 육박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최근 25∼30%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일단 2차 북핵 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면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경제 살리기를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 달 1, 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는 등 흔들림 없이 국정을 챙겨 나가는 게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한 검찰과 현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반MB’ 정서가 증폭되면서 제2의 촛불정국으로 번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이런 국정 수행 원칙은 꼬일 수밖에 없다.
4·29 재·보궐 선거 완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불거진 바 있던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 및 인적쇄신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전례 없는 추모 열기의 이면에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불만도 적잖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인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 장관의 경우엔 여권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우세하다. 청와대 참모 중에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정운영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자연스럽게 개각론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론 등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청와대 정무 민정 인사 라인 등은 이미 장관 업무수행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청취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는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한승수 총리가 바뀌는 정도의 대규모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로선 국면전환을 위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인적쇄신을 단행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국정운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데다 자칫 국정 장악력을 더욱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6월은 여러 국정 현안이 몰려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벌써 집권 2년차도 절반 가까이 지났고 임기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고돼 있어 이래저래 청와대의 파워는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안팎에서 한꺼번에 몰아닥친 위기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6월 정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남은 이명박 정부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