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군이 타밀 반군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2만여 명이 정부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스리랑카 정부가 발표한 희생자 수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이다. 이와 함께 타밀 지역 민간인이 피란 생활을 하는 비전투지역에도 정부군이 포격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타임스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유엔 극비문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타밀 비전투지역에선 민간인 7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소식통들은 이후 정부군의 공격이 격화되면서 이달 19일까지 하루 평균 1000명씩 희생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비전투지역 난민캠프에서 봉사활동 중인 가톨릭 신부의 증언과 사진 등 여러 자료를 토대로 민간인 사망자가 2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27일 타밀 반군 소탕과정에서 중화기를 사용해 공격하지 않았으며 타밀 지역 민간인 10만 명이 거주하는 비전투지역에 대한 공격금지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 희생자는 타밀 반군이 이들 가운데 숨어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더타임스가 공개한 타밀 비전투지역 사진엔 마을 전체가 포격을 받아 초토화된 장면이 담겨 있는 등 정부 측 주장과 상반된 증거가 나왔다. 특히 난민캠프 사진에서도 일부 희생자의 시신이 눈에 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사진과 자료를 분석한 군사전문가들은 타밀 반군이 민간인과 난민캠프를 공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군의 포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런던을 방문 중인 스리랑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억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민간인 사망자는 정부군의 포격으로 희생된 것이 아니라 대피하려다 반군에게 학살된 것”이라고 더타임스 측에 밝혔다. 한편 타밀 반군 최고지도자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의 시신은 앞서 사망한 아들의 유전자와 검사 대조를 통해 본인임이 공식 확인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