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열렸다. 발인제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영정을 든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 씨, 딸 정연 씨 등 유족이 사저로 향하고 있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 봉하마을 발인제
추모객들 쌀쌀한 날씨속 밤 지새워
카메라 향해 ‘V’ 그리는 손녀에 눈시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열린 29일 오전 5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뜰 영결식장으로 떠나는 노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전국에서 추모객 2만여 명(경찰 추산)이 몰렸다.
이날 새벽 섭씨 14도가량의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아스팔트 바닥에 은색 깔판이나 스티로폼을 깐 뒤 신문지를 덮고 누워 새벽의 찬 공기를 막았다. 마을 주택과 식당 옥상, 1t 트럭 짐칸 등도 추모객으로 빼곡했다. 발인은 국군의장대 운구병이 마을회관에서 대형 태극기로 감싼 관을 분향소로 옮기고 상주인 아들 노건호 씨가 술을 올린 뒤 절을 하는 견전(遣奠), 축문 낭독, 유가족이 다시 절을 올리는 재배의 순으로 10여 분간 진행됐다. 축문을 읽는 대축(大祝)은 이홍경 사직대제기능전수자가 했다.
재배 과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외손녀 서은 양(6)이 할아버지의 서거 소식을 모르는지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라며 물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발인제가 끝난 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영정을 모시고 유가족과 노무현 정부 측근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사저와 생가, 고인이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마을 논두렁이 내려다보이는 도로 한 바퀴를 돌아봤다. 그동안 담담하게 영결식 준비를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 과정에서 눈물을 훔쳤다. 지친 모습의 권양숙 여사는 외손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건호 씨와 딸 정연 씨는 눈물을 참으려 애를 썼다.
오전 5시 반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던 운구행렬은 예정보다 36분가량 지체된 오전 6시 6분경 출발했다. 경찰 사이드카 5대와 선도차 뒤에 영정차, 운구차, 상주와 유족대표 승용차, 장의위원장 및 집행위원장 승용차, 친족과 장의위원 대표단 버스 순으로 이동했다. 발인제 내내 마을 곳곳은 추모객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지지자 등이 눈물을 흘렸다. 운구차 운전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서거 직전까지 21년간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았던 최영 씨(45)가 맡았다. 최 씨는 운전하는 동안 눈물을 흘렸다.
운구차가 출발하자 마을 입구까지 2km가량 도로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노란색 종이비행기 수천 개를 날려 보냈다. 종이비행기는 검은색 캐딜락 운구차와 아스팔트 바닥을 노랗게 물들였다. 이들은 통곡 속에 ‘잘 다녀오세요’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가지 마세요’라고 외치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 전 대통령 발인제가 끝난 뒤에도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추모객 수천 명이 몰렸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멀티미디어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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