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슬링의 간판스타 정지현(26·삼성생명)이 백년가약을 맺는다.
정지현은 29일, “6월7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밝혔다. 피앙세는 6년 간 교제한 정지연(27)씨. 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태릉선수촌 근처에 신접살림을 꾸린다.
둘은 2003년 10월, 정지현의 중학교 은사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만 해도 정지현은 무명 레슬러였다.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두 사람. 정 씨는 새우껍질을 잘 벗겨내지 못하는 정지현이 안쓰러워 살짝 도움을 줬다.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에’ 정지현은 이상형임을 직감했다.
첫 데이트. 무뚝뚝한 정지현이 핸드폰을 건넸다. 배경화면에는 ‘내 꿈은 세계챔피언’이라고 적혀있었다. 정지현의 귀여운 외모에 호감을 갖고 있던 정 씨 역시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마음을 맡겼다. “누나”라는 호칭이 “지연아”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딱 두 달. 그리고 8개월 뒤, 정지현은 약속대로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약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교제기간 동안 정지현은 대부분의 시간을 태릉선수촌에서 보냈다. 데이트는 2주일에 1-2번. 데이트 장소도 태릉근처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정지현은 “자주 보지 못하니까 애틋한 마음이 변치 않는 것 같다”며 6년간 한결같은 사랑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당초 정지현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프러포즈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좌절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 씨의 격려 덕분. “이번에 다 끝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다그침에 정지현도 2012런던올림픽을 목표로 삼았다.
정지현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결혼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면서 “장모님께서 건강이 안 좋으신데, 이번에는 내가 아내에게 큰 힘이 돼 주고 싶다”고 했다. 정 씨는 “내조를 잘 해서 런던올림픽에서는 남편이 꼭 명예회복을 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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