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2·사진)가 지중해 사르데냐 섬에 있는 자신의 호화별장에서 개최한 신년 파티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 700여 장의 배포를 막는 데 성공했다. 18세 여성 속옷 모델 노에미 레티치아와의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둘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레티치아를 포함한 젊은 여성들이 다수 등장하는 문제의 파티 사진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사진가 안토넬로 차파두 씨가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 몰래 촬영한 파티 사진 중에는 젊은 여성이 비키니를 입거나 가슴을 노출한 채로 별장을 거니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측은 이에 대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의 사진”이라며 “선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손님들의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사진 공개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반면 사진가는 “거주공간이 아닌 옥외에서 찍은 것이라 상관없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사진 700여 장 모두를 압류하라고 지시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4월 나폴리에서 열린 모델 레티치아의 18세 생일잔치에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성추문 스캔들은 코앞에 다가온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유세에서 자신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야당이 의도적으로 모함하고 있다며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사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레티치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하면서 “생일잔치에 참석한 것은 그때 우연히 나폴리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레티치아의 아버지와는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라고 해명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