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제8차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리라호텔에서 3자회담을 열고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무마하기 위해 보상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오른쪽부터 이상희 국방부 장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싱가포르=연합뉴스
게이츠 美국방장관 회견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이제 당근대신 채찍”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호전적 정책을 폐기하려는 전제정권들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도 희망을 갖고 있지만 순진하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8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입증할 수 있는 비핵화로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전술에 모두 익숙하다. 그들이 위기를 만들면 다른 나라들은 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식 표현으로 하면 같은 말(馬)을 두 번 사는 게 지겹다. (보상 말고) 북한이 태도를 바꾸게 할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북한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을 위협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즉각 대응할 것”이라며 “북한이 아시아나 미국을 표적으로 한 파괴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게이츠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 일본 방위상도 이날 싱가포르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북한의 잇단 도발사태에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3국 장관들은 특히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무마하기 위해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 보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이 장관이 전했다.
한미일 3국이 이처럼 강력하고 일치된 대북 대처를 결정함에 따라 조만간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국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전면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한미일 3국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이 한반도와 일본 해역에서 발견될 경우 한미일 3국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검문·검색하고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비한 한미일의 대북감시 공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