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WBC 중계방송 외국어 남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3사의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사진) 중계방송을 조사한 결과 외국어 사용이 빈번했다고 1일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번에 지상파 3사가 공동 중계한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3월 20일(조 순위 결정전), 3월 24일(결승전) 방송을 조사했다.
3사 해설자들은 모두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용어를 영어 표현 그대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아이싱(얼음찜질)’ ‘핫안타(중요한 안타)’ 등 영어 표현을,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게스 히팅(예측 타격)’ ‘풀 히터(끌어 치는 타자)’ ‘스니키 패스트 볼(알면서 못치는 공)’을, SBS 박노준 해설위원은 ‘무브먼트(공 끝 변화)’ ‘볼데드(경기 일시 중단)’ ‘허슬 플레이(과감한 동작)’ 등을 썼다. 3사 해설자 모두 ‘허벅지 마비 증세’를 뜻하는 ‘햄스트링’이라는 용어를 설명없이 사용했다.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어휘로는 ‘그라운드를 효과적으로 만든 공(땅볼 유도)’, ‘몸을 가리지 않는(몸을 사리지 않는)’, ‘분전해야(분발해야)’, ‘큰 코 당합니다(큰 코 다칩니다)’ 등이 지적을 받았다. MBC 허구연 위원이 상대 선수를 ‘애들’로 지칭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립적 입장에서 방송을 해야 할 진행자가 상대 선수를 비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방송사별로는 MBC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고, KBS는 방송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상 언어 등 부적절한 어휘사용이 제일 많았다. SBS는 의미가 중복되거나 의미가 모호한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심의위는 “영어식 야구 전문 용어를 순화해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면 전문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이 경기상황을 이해하는 데 부담을 준다”면서 “스포츠 중계방송 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원칙 마련과 캐스터와 해설자의 언어 사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