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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대우건설 투자자 보유지분 제3자에 매각 추진

입력 | 2009-06-02 02:59:00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3의 투자기관으로 하여금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풋백옵션과 관련한 채권단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 몇 곳과 접촉해 이들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풋백옵션 및 관련 지분을 사들이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풋백옵션은 2006년 말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대우건설 주식을 3조5000억 원어치 사들이는 대신에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이다. 1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1150원이어서 만약 올해 말 이 가격으로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금호 측은 3조 원 이상을 들여 차액을 보전해줘야 한다.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지분은 지금의 32%에서 72%로 급증한다.

당초 산은은 금호 측에 사모펀드(PEF)를 통해 금호그룹 계열사(32.5%)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38.6%)의 일부와 풋백옵션을 인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나중에 금융시장이 개선되면 금호그룹이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는 조건이다. 금호그룹으로선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금난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 대규모 지분이 넘어가면서 대우건설의 경영권도 잃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금호그룹은 풋백옵션 및 지분 매각 대상으로 경영권 인수에 초점을 맞춘 산은 대신 다른 재무적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금호 측은 새로운 투자자에게서 받을 대금 2조 원과 다른 부문에서 확보한 자금을 합쳐 현재의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측은 제3의 투자자와는 연 7, 8%대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대신 지금보다 다소 유리한 조건의 새로운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의 재무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대부분의 대기업그룹은 최근 계열사 매각과 부동산 처분 등을 골자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약정을 맺은 뒤에도 추가 협의로 세부 내용을 손질해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풋백(put-back)옵션:

재무적 투자자가 일정 기간(보통 3년)이 지난 뒤 기업 측에 미리 약정한 가격대로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말 국민은행 등 18개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이들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했다. 현재 예정돼 있는 옵션 행사 시점은 올해 12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