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우호적이던 아세안, 한국 편으로 돌아서
미얀마-베트남-라오스까지 북핵 규탄 언론발표문 지지
1, 2일 이틀간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 아시아 안보외교’가 결실을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우호적이던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의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 아세안 10개국 정상의 북핵 규탄 발표문 이끌어 내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발표문은 당초 예정엔 없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과 비교적 가까운 아세안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할 경우 북한이 어느 정도는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규탄발표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국 정상들을 일일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이 언론발표문 초안을 만든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초안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 움직이는 아세안 국가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이 변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북핵 문제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세안 10개국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나라가 많다.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등은 북한의 ‘우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동맹국인 인도네시아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가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곧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ARF는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관련 문구를 의장성명에 넣어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아시아에 공들이는 이명박 대통령
아세안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는 이 대통령 특유의 친화력이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1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내외를 예정에 없던 오찬에 갑자기 초청하고 내외가 함께 산책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인도네시아에 큰 이슈인 한국 체류 근로자의 재취업 문제에 대해 “100% 재취업률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아피싯 총리의 열대과일 수입 요청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검역문제만 잘 해결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