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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보던 만화, 어엿한 ‘100세 잔치’

입력 | 2009-06-02 02:59:00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서 내일부터 100주년 기념전

1909년 6월 2일. 이도영의 민족단결을 강조하는 시사만화가 ‘대한민보’에 실린 날이자 한국 만화 탄생 100주년의 기점이 되는 날이다. 한국 만화가 걸어온 한 세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린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3일∼8월 23일 제7전시실에서 여는 ‘만화-한국만화 100년’전.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한국 만화가 국립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첫 전시다. 다양한 문화의 콘텐츠로 활용되는 만화의 문화적, 예술적, 산업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전시에선 각 시대를 대표하는 만화가 250명의 1500여 점과 만화적 표현방식을 활용한 미술가 18명의 작품 60여 점을 볼 수 있다. 초기의 만화와 6·25전쟁 전후 서민들을 위로해준 만화책 표지와 만화책 등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희귀자료를 한데 모았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전시장은 ‘한국만화 100년의 역사-한국만화의 흐름’ ‘장르 만화’ ‘크로스오버-미술과 만화의 경계 너머’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한국 만화의 역사에서는 ‘풍자로 그려낸 저항의 시대’(1909∼1930년) ‘암울한 시대의 위안’(1945∼1970년대)을 거쳐 1980, 90년대 ‘한국만화의 르네상스’와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을 통한 ‘만화의 지형 다변화’를 차례로 살펴본다. 근대만화가 계몽과 애국적 내용을 담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1950, 60년대는 전쟁과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꿈과 웃음을 심어준 만화가 사랑받았다. 이 시기 전국의 만화방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고 고바우영감(김성환) 코주부(김용환) 날쌘돌이(신동우) 라이파이(산호) 약동이와 영팔이(방영진) 등이 등장했다.

1980년대 만화잡지가 줄이어 창간되면서 한국 만화는 황금기를 맞는다. 1982년 창간된 만화잡지 ‘보물섬’을 통해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와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가 등장했다. 까치(이현세), 머털이(이두호) 영심이(배금택) 이강토(허영만)와 무휼(김진) 등 캐릭터가 다양해졌고 김혜린 황미나 등 순정만화 작가들은 소녀들을 사로잡았다.

장르별 기획전의 경우 순정만화, 어린이만화, 독립만화, 웹툰, 시사만화 등 여러 장르를 독립적 공간에서 보여준다. 크로스오버전은 만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으로 고근호 금중기 김석 성태진 이기일 이이남 최석운 현태준 등의 작업을 선보인다. 단편만화를 구체관절 인형으로 재구성해 소개하고, 만화 캐릭터를 입체캔버스 ‘툰토이’로 옮긴 작업도 만날 수 있다.

부대 행사로 구연만화프로그램 ‘만화와 놀자’, 전문만화가의 지도 아래 직접 만화를 그리거나 참여 작가와 함께 캐릭터를 그려보는 행사도 마련된다. 관람료 1500∼3000원. 02-2188-60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