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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간부 - 軍실세들 ‘26세 정운’에 충성경쟁 시작

입력 | 2009-06-02 02:59:00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26)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바야흐로 김정일 시대가 저물고 북한에 새롭지만 불안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봉건적이고 유교적인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에서 ‘3대 세습’은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북한이 지난달 25일 2차 핵실험 직후인 28일 김정운이 후계자라고 해외 공관에 통보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북한의 강성 행보가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당과 군부, 해외 공관 등 핵심 권력기관과 엘리트그룹은 김정운에게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 아들 중 가장 어리고 뚜렷한 경력이 없는 그를 후계자로 공고화하는 과정은 북한 체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건강악화 이후 체제단속 작업 급가속
정치경력 일천… “거대한 불확실성 시작” 분석
○ 김정운 세습 결정의 의미
북한이 김정운의 후계자 지명 사실을 공식화한 것은 여러가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김 위원장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려 북한이 본격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1974년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고 1985년부터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했다. 그가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함에 따라 북한 권력은 새 최고지도자에게 급속하게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 내정을 공식화한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고 선언한 2012년 이전에 후계구도를 안착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장자 승계의 원칙을 깨고 3남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서열보다는 능력이나 자질을 우선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신의 위업을 손상시키지 않을 자식을 내세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후계자 지명 과정
북한 지도부는 올 들어 ‘3대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후계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4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북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조직과 역할을 확대했다. 또 오극렬 당 작전부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당 행정부장 등 핵심 측근들을 국방위에 포진시키고 군사권력 이외에 경찰과 검찰, 법원과 국가안전보위부 등 주민 단속과 체제 보위를 위한 하드파워(hard power)를 총 집대성해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체제 불안에 미리 대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을 때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된 뒤 20년 동안 자신의 조직과 사람, 규율을 만든 뒤 사실상 아버지의 권력을 스스로 빼앗은 상태에서 1994년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공식적인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당뇨병과 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은 남은 생명이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아 북한 지도부는 후계구도 구축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운은 정치 경력이 일천하다.

○ 후계자 지명 이후의 전망
북한 후계문제 전문가인 이승렬 박사는 “북한 후계체제는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만의 유일지도체제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후계자 지명을 널리 알리는 ‘준비 단계’를 보내고 내년부터 2012년까지 당 중앙위 전원회의 등을 통해 공식 추대하는 ‘구축 단계’를 거친 뒤 ‘공고화 단계’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계자 지명은 끝이 아니라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작”이라며 “북한 후계 체제의 필연적인 불안정성에 대해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후계자는 권력 기반과 개인적 자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정운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면 아버지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때 함께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배 엘리트들은 일단 정운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벌써 불협화음이 들린다. 지도부가 3대 세습의 공고화를 위해 대외 강경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일부 고위간부는 “자기 자식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 인민을 볼모 삼아 한반도를 전쟁 접경에까지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