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 관광관계자 체험 조사
“경북의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은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투자 욕심이 당장 생길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국토 면적의 19%를 차지하는 경북의 자연과 문화에 대해 다른 지역의 기업들은 얼마나 매력을 느낄까. 지난달 28, 29일 이 질문의 답이 될 수도 있는 행사가 열렸다. 경북도가 지역 내 관광개발 투자를 위해 서울의 주요 건설사와 관광업계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체험을 해보도록 한 행사였다. 이들은 김천 혁신도시를 시작으로 상주 경천대, 안동 문화관광단지, 울진 불영계곡 및 온천, 영덕 고래불 관광지, 포항 호미곶, 경주 감포관광단지 등을 둘러봤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본보 기자가 소감을 확인해 본 결과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많았다. 관광자원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장점이 있지만 ‘관광객을 오게 하는’ 기반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관광개발 사업이 비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었으며, ‘이거다 싶은 것은 없었다’ 등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다.
부산 출신으로 경북에는 살아본 적이 없다는 대우건설 개발사업팀 김유환 과장(37)은 “기업은 구체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게 되는데 그에 관한 메리트(경제효과)는 느끼지 못했다. 자치단체들이 자연환경을 많이 강조하지만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자연환경과 곁들여 휴식이나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반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개발계획을 보면 민자 유치에 많이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민자유치는 곧 기업의 투자인데 정작 기업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일 내용이 적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광개발 계획의 현실성을 높이려면 용역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종합관광개발회사 ㈜도시와 사람의 이모원 차장(34)은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고 산과 바다 같은 자연환경도 장점이지만 특색이 없고 비슷비슷해서 투자의 매력은 떨어진다”며 “‘특색’이 핵심이라는 점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관광 최희남 국내관광팀장(44)은 “엄청난 예산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자치단체들의 관광개발 계획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한 가지 사례로 ‘음식’을 꼽았다. 그는 “음식도 중요한 관광자원인데 전남북 등 전라도에 비해 경북을 비롯한 경상도는 대체로 많이 부족하다.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강조하기보다 평균적으로 거북스럽지 않은 음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에서 비위가 상하면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도 사람을 오게 하는 관광자원으로서 빛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