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 동판’으로 외벽 장식
브라질 이페나무 자재로
美 GBC ‘리드 인증’ 도전
9월 개교 예정인 인천 송도국제학교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친환경 건축자재로 건립되고 있다.
아직 준공되지 않았지만 이 학교 본관 외벽은 마치 부식된 철 구조물처럼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돔 지붕과 같은 색상의 ‘산화 동판’이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캐노피와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제주의 ‘4·3 평화기념관’ 외벽이 이 산화 동판으로 시공됐다.
자연 상태에 30∼35년 정도 놓아둬 표면에 녹색 계통의 산화피막이 형성된 동판이 송도국제학교의 외벽을 둘러싸고 있다. 이 산화 동판에는 여러 화합물이 혼합돼있어 대기 부식과 자연 풍화에 강한 저항력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완벽한 방수기능을 갖추고, 동판 1mm를 뚫는 데 700년 이상 소요될 만큼 내구성이 강한 장점이 있다. 일반 대리석이 m²당 10만 원대인 것에 비해 송도국제학교에 쓰인 산화 동판은 34만 원에 이른다.
이 학교 외벽에 쓰인 또 다른 이색 건축자재는 브라질의 이페나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무로 알려진 이페나무는 햇볕과 비바람에도 100년 이상 썩거나 휘지 않고 원형이 보존되는 특수목이다. 비중도 1이 넘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는 독특한 목재다. 이페나무의 비용은 m²당 25만 원으로 일반 목재보다 훨씬 비싸다.
송도국제학교는 “국내 처음 문을 여는 국제학교인 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기술을 도입해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이색 건축자재 외에도 친환경 개념을 적용한 실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자재를 거의 쓰지 않고, 페인트칠도 일부분에만 하고 있다. 새집증후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콘크리트 내벽도 그대로 노출하는 신기법이 동원되고 있다. 또 빗물과 하수도를 정화처리한 중수도를 조경과 청소용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그린빌딩협의회(GBC)에서 인증하는 ‘리드 인증’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GBC의 리드 인증을 받으려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공 과정에서도 토양 및 수질 오염과 비산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공법을 채택해야 한다.
송도국제학교는 국제업무단지 7만1404m² 터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전자 도서관, 스포츠 콤플렉스, 영화관, 수영장 등 첨단 시설이 들어서며 유치원에서 고교 과정까지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