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성서의 가르침보다는 신앙적인 면에서 신자들 내지는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회의 이미지가 잘못 전달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인간의 선과 악이나 죄와 구원과 같은 심도 깊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뱀파이어로서 너무 잔인하게 살인하는 장면들에 있어선 역겨움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톨릭 사제가 뱀파이어가 돼 인간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또 수도복이나 사제복을 입은 상태에서 태주라는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장면은 어떤 면에선 가톨릭 성직자에 대해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 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황의 암살을 다룬 미국 영화 '천사와 악마'에 대해서도 "일루미나티라는 조직이 나오는데 사실은 허구적인 것이고 성직자들이 일종의 사기꾼이나 살인자로 묘사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가톨릭교회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일단은 대중문화에 대해 수용자들 각자가 능동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 가톨릭교회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영화등급을 매겨 신자들에게 제공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에서 상영 영화 등급을 매겨 신자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