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직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도 그냥 그렇고 그런 직장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직장입니다.
국가는 그런 직장에서 일하는 대가로 국회의원들에게 연간 세비로 1억9000여만 원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개인 사무실과 여섯 명의 보좌관, 그리고 그에 소요되는 일체의 경비를 대주고 있습니다. 직장에 출근해 열심히 일한다는 전제 하에 주는 것입니다. 모두가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돈입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툭하면 직장에 출근하는 문제를 놓고 투정을 부리거나 흥정을 벌이곤 합니다. 작년 5월 30일 18대 국회가 임기를 개시한 이래 지난 1년 사이에 민주당은 101일간이나 정상적으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81일간은 아예 직장에 출근조차 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출근은 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으려고 깽판을 부리거나 고의로 태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 보복에 의한 살인'으로 모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당연한 의무인 직장 출근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것은 우습습니다.
국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한나라당 의원이든 민주당 의원이든 국민에 의해 4년간 고용된 사람들인데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일하고도 좋은 고과를 받을 것으로 여긴다면 착각입니다. 불만이 있어도 출근해서 토로하고, 따질 것이 있어도 국회에 들어가서 따지는 게 기본 아닙니까.
국회의원의 본분은 뭐니 해도 양질의 법을 만들어냄으로써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국회의원들이 출근해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장이 끝났으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일상의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민주당도 예외가 아닙니다. 민주당이 망자(亡者)를 정치에 이용하면 할수록 망자의 이름을 욕되게 할 뿐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