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5월 31일 네 번째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새로 생긴 제도가 세 가지 있다.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 후보의 정당공천제, 중선거구제, 유급제다. 지방의회가 지역토호에 장악되는 것을 막자고 도입한 정당공천제는 일부 정당의 공천 장사와 국회의원-지방의원의 주종(主從)관계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역주의를 완화하자고 도입한 중선거구제는 거꾸로 한 정당이 한 선거구를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심화를 불러왔다. 유급제는 지방자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방의회에 따라 적정수준을 넘어 봉급을 올리는 곳도 많다.
▷시행 첫해인 2006년, 광역시도의회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책정한 곳이 서울시의회(6804만 원)다. 가장 낮은 전남의회(3960만 원)도 무급시절의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3120만 원)보다 많이 받았다. 시군구 중에선 서울 서대문구의회(3804만 원)가 가장 많다. 그런데 중선거구로 선거구가 넓어지면서 기초의회라고 적게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금천구는 2007년 말 연봉을 3024만 원에서 5280만 원으로 무려 74.6%나 올렸다. 결국 주민소송에 걸려 의원 1인당 2256만 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지만.
▷현직의원이 사망하면 의회예산으로 ‘의회장(葬)’을 치르는 규정도 다투어 도입하는 추세다. 경기 광주시는 지난달 영결식장 단상, 영구차와 대형 버스, 헌화용 국화와 근조리본, 흰 장갑과 넥타이 등을 의회예산에서 집행하는 규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충남도의회는 작년 폐암으로 별세한 의원의 의회장에서 비디오 촬영과 사진비까지 1300만 원을 썼다. 유가족만 동의하면 공무(公務)와 무관한 사망에도 혈세를 쓸 수 있다.
▷망자(亡者)와 죽음에 대해선 관대한 것이 우리 문화다. 지역을 위해 힘쓰다 숨진 의원을 예우하는 데 야박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어서 장례까지 세금으로 치르겠다는 발상이 얄밉도록 기발하다. 자신들의 연봉 인상, 지역 이권과 민원 챙기기에 힘쓰는 지방의회를 보는 국민의 눈길은 곱지 않다. 지방행정을 감시 견제하라고 뽑은 지방의원들이 자기네 이익만 챙기면 지방자치 자체에 대해 회의하는 주민이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