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상당수 물류업체 평택항으로 눈돌려

입력 | 2009-06-05 07:05:00


인천항 용지 임대료 최근 3년 평균 17%씩 뜀박질

“다른 경쟁항에 비해 턱 없이 높은 항만 용지 임대료를 현실적으로 내리지 않으면 인천항을 등지는 물류업체들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겁니다.”

1998년부터 인천항 수입화물을 보관하는 창고업체를 운영하던 김모 씨(52)는 최근 회사를 경기 평택항으로 옮겼다. 매년 인천항만공사에 창고 용지에 대한 임대료를 내고 회사를 운영해 왔으나 2006년부터 임대료가 매년 15% 이상 올랐기 때문. 특히 지난해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보세창고로 유입되는 화물 반입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를 더는 내기 힘들었다. 김 씨는 “최근 3년간 인천항 용지 임대료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며 “임대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지 않으면 인천항은 경쟁력을 잃어 결국 물류업체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책정한 항만 용지(외항) 임대료가 경쟁항에 비해 비싼 데다 매년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오르고 있어 물류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는 항만 용지 임대료를 2006년 17.5% 인상한 데 이어 2007년 15%, 2008년 22.3% 올렸다. 이는 전국 항만 가운데 가장 많이 인상된 것이다.

인천의 항만업계는 2005년 7월 설립된 공사의 출범을 반대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공사가 항만 용지 임대료를 무리하게 올리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공사가 출범해도 항만 용지 임대료를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항만업계를 설득했다.

그러나 공사는 출범과 함께 항만 용지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생산자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임대료를 인상하는 규정에서 벗어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부과하는 국유재산법을 적용한 것. 인천지역 공시지가는 각종 대형 개발사업에 따라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평균 17%씩 상승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항만업계는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시창고업협회는 1월 ‘인천항만용지 임대료 인하체계 개편’ 청원서를 정부와 시에 제출했다. 협회는 “현재 부산신항의 경우 항만 용지 월 임대료가 m²당 1050원 수준이나 인천항은 1783원이나 받을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국유재산법을 적용해 임대료를 책정할 경우, 인천지역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등을 앞두고 있어 공시지가가 계속 인상돼 결국 임대료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협회는 청원서를 통해 “임대료를 2007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하고, 그동안 과다하게 인상한 임대료를 환급하도록 규정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10∼15% 내리기로 결정했지만 항만업계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항만업계는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인상한 임대료를 감안하지 않고 지난해 올린 임대료의 상승폭을 줄이는 데 불과한 생색내기용 조치”라고 반발한다. 내년부터 다시 공시지가를 적용해 높은 임대료를 부과할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인천항을 이용하는 물류업체 상당수는 인근 평택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평택항이 올해 대규모 항만 용지(142만 m²·약 43만 평)를 준공해 인천항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제시하며 물류기업 유치에 나서면서 인천항은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창고업협회 관계자는 “공사가 항만 용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해 물류기업을 지원해야 물동량도 늘어나고, 인천항의 경쟁력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