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늘과 내일/방형남]强性小國으로 가는 북한

입력 | 2009-06-05 19:47:0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조하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强盛大國)에 진입하겠다고 호언했지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올해도 벌써 5개월이 지났으니 2년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1999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 구상을 밝힌 이후 매년 단계를 높이다가 지난해 목표연도를 2012년으로 못 박았기 때문에 발뺌을 할 수도 없다.

병약한 北지도자는 초조하다

김 위원장은 궤도를 수정했다. 자신의 입으로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나라’라고 했던 강성대국의 정의를 바꿨다. 그의 목표는 상식적 의미의 강성대국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강성대국(强性大國)이다.

북한은 올 들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4월 5일 대포동2호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했다.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기지는 자동화된 10층 높이의 발사대와 로켓 제어, 조종 장비를 갖춘 첨단시설이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은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를 참고하면 추정이 가능하다. 나로우주센터 건설에는 3125억 원이 투입됐다. 7월 발사될 한국형우주발사체(KSLV-Ⅰ) 개발에는 5000억 원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 개발과 발사에 최소 2000억 원, 최대 5500억 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도 1998년 대포동1호 발사 이후 지상발사 장비와 조종 장비 설치에 3억 달러가 소요됐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플루토늄 핵무기 1기를 만들어 핵실험까지 하려면 3억∼4억 달러가 든다는 게 정설이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핵실험을 북한은 벌써 두 차례나 했다.

요컨대 김 위원장은 뒷골목 깡패처럼 완력으로 외부세계를 협박하면서 대국이 됐다고 주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 북한은 3년 뒤 목표를 달성했다고 우기겠지만 성질만 고약하고 가진 것은 없을 테니 강성소국(强性小國)으로 부르면 적당할 것 같다.

김 위원장이 26세에 불과한 셋째 아들 정운을 서둘러 후계자로 내정한 것도 초조함 때문이다. 뇌질환으로 쓰러져 전 세계에 병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독재자는 아버지가 물려준 세습의 힘에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김 위원장은 김정운이 강성대국을 달성했다며 함께 궤변을 늘어놓을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저지하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드는 자금줄을 막는 게 최선이다. 북한의 올해 예산은 4826억 북한원이다. 조선무역은행 고시 기준(달러당 141원)을 적용해 후하게 환산해도 34억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남한의 5월 무역수지 흑자 51억5000만 달러의 70%도 되지 않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소요되는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對北제재 무임편승 생각 마라

정부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유엔 제재에 무임편승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에서는 지금도 현금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매년 3300만 달러가 넘는 우리 돈이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무장을 돕게 된다. 북의 도발에 대해 우리 나름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정해 놓고 선을 넘으면 즉각 돈줄을 죄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무시하고 모욕하고 적대행위를 해도 좋은 만만한 상대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을 69일째 잡고 있으면서도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는다. 북의 핵무장과 3대 세습을 구경만 하고 있으면 이런 남북관계를 바로잡을 수 없다. 북핵 불용(不容)을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