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가 뭐길래/최은영 지음·김중석 그림/116쪽·8500원·채우리(초등 2, 3학년)
만보네 학교에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다. 영어 동화책을 외워서 친구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발표하는 대회다. 만보는 좋아하는 유진이에게 잘 보이려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만보는 영어학원을 다닌 적도 없는 데다 쉬운 단어도 잘 읽지 못한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도 유치원생들이 읽는 책을 골라야 할 정도다. 떡집을 하는 만보네 부모님에게는 학원을 보낼 만한 여유도 없을뿐더러 1만 원이 훌쩍 넘는 영어 동화책은 너무 비싸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아이들은 만보와 달리 영어가 능숙하다. 만보의 반 친구인 우수는 어릴 때 싱가포르에서 살다 왔고 지은이는 어려서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녔다. 하지만 두 친구에게는 영어 때문에 잃은 것이 있다. 우수는 받아쓰기 점수가 낮아 나머지 공부를 하고, 지은이는 영어가 너무 싫어서 펑펑 울 정도다.
영어 말하기 대회 날, 우수는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점 때문에 실격 처리되고 지은이는 영어가 하기 싫은 마음과 엄마의 무서운 눈빛 때문에 긴장해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 만보는 한국어로 ‘양치기 소년’을 발표한다. 왜 그러느냐는 부장 선생님의 질문에 만보는 “저는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영어로 말을 하고 싶었는데요. 영어로 된 이야기를 자꾸만 외우라고 해서 재미가 없어졌어요. 이건 영어 외우기 대회잖아요”라고 답한다. 왜 영어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 영어 공부가 옳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