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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카페]마라톤 기대주 단맛 길들이는 전국체전 시스템

입력 | 2009-06-06 02:56:00


마라톤 명문 삼성전자육상단이 선수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대를 이를 유망주로 평가되던 엄효석과 전은회가 힘든 훈련을 참지 못하고 팀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자 선수는 이봉주, 이명승, 권영솔 등 3명밖에 없다.

엄효석은 배문고와 건국대 시절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 5000m에서 13분51초93의 역대 3위 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나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은회도 5000m 기록이 13분53초11로 역대 7위에 랭크된 기대주다.

이들이 삼성전자를 떠난 이유는 고된 훈련 때문이다. 남녀 최강 이봉주와 이은정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마라톤 전문 팀이다. 국내외 전지훈련, 국제대회 파견 등에 연간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훈련 강도도 세다.

엄효석과 전은회를 발굴한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썩었다. 일부 시군청 팀에서는 전국체전만 뛰어도 연간 5000만∼6000만 원씩 주니 삼성전자나 코오롱 같은 명문 팀에서 고된 훈련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체전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마라톤은 물론이고 한국 육상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도대항 대회인 전국체전에서는 6위 안에 들면 점수를 부여한다. 한국 및 대회, 부별 신기록을 세우면 추가 점수를 준다. 기록이 나빠도 순위 안에만 들면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기록보다 순위 싸움에 치중한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둔 한국 육상의 발전을 위해 전국체전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