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상 사용기간 2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의 대량실업 사태가 7월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꿈쩍도 않는다. 노동부는 급한 대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법안은 상임위에 맡겨두면 서로 토론해 결정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고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부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속기간이 2년을 넘은 한시적 근로자가 86만8000명이다.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고령자나 단기간 근로자 등 16만여 명을 제외해도 고용 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이 70만 명으로 추산된다. 경기 침체기에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면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반복적 계약 갱신자는 60%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반복적 계약 갱신자가 작년 8월 12만9000명에서 올해 3월 6000명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전환의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금융권과 일부 대기업은 계약직을 무기(無期)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우선적으로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2년여 전 일부 정규직 전환 이후 남은 비정규직을 대부분 해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노동현장 여건을 무시하고 만든 비정규직법을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대폭 고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7월 이후 대량 해고사태를 피하면서 법 개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정부안대로 일단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려놓고 추후 논의하는 방안이 차선책이다.
대한상의의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5%는 사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주장만 계속하는 야당은 현실을 직시할 때다. 야당 사람들이 기업 경영자라도 그런 소리를 하겠는가.
3주 앞으로 다가온 대량 해고 위기를 앞두고 비정규직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소집해 비정규직법처럼 시급한 민생 법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