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국영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가 세계 3위 광산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리오틴토는 4일 영국에서 이사회를 열고 차이날코와 맺은 195억 달러의 인수협정을 파기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위약금 1억9500만 달러를 물고서라도 중국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세계 자원시장을 싹쓸이해 온 중국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계약파기의 표면적 이유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자금을 확보할 다양한 길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중국이 호주 대표 광산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해 주주와 호주 국민의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톈안먼(天安門) 사태 동영상을 배경으로 리오틴토 인수를 반대하는 TV 광고까지 나왔을 정도다.
중국의 서구기업 인수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 미 의회의 반대로 실패했고, 같은 해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도 미국 대표 가전업체 메이텍을 인수하려다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미국 내 우려 때문에 물러섰다.
리오틴토 인수 실패에 중국은 허탈한 분위기다. 슝웨이핑(熊維平) 차이날코 회장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국 언론에서는 정치적 음모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억울하다고 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차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4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래서 투자하는 척하면서 기술만 빼내고 빠지는 ‘기술 먹튀(먹고 튀기)’ 논란에 휩싸였다.
3월엔 중국 최대 음료업체인 후이위안(匯源)에 대한 코카콜라의 인수합병(M&A) 시도가 중국 상무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민족 기업을 외국에 넘길 수 없다”는 중국 내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은 지난해 도입된 반독점법에 따라 ‘외국기업끼리의 M&A도 자국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면 규제할 수 있다’며 3건의 해외 M&A를 좌절시켰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은 현지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다 ‘반중 정서’를 불러왔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규모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중국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한 이중 잣대를 풀지 않고 외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장기적인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김재영 국제부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