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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유통속도 올 1분기 사상 최저치 기록

입력 | 2009-06-08 02:50:00


유동성 과잉 논란속 실물선 ‘돈맥경화’ 심화

돈이 도는 속도인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 졌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어 과잉 유동성 논란까지 제기됐지만 실물 부문에서는 돈이 묶여 제대로 돌지 못하는 ‘돈맥 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중의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가서 버블을 일으키지 않고 실물경제로 흘러가도록 기업투자펀드 조성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통화유통속도는 0.687로 4분기(0.703)보다 0.016포인트 낮아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통화유통속도는 화폐 한 단위가 일정 기간 유통되는 평균 횟수를 뜻하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량(광의통화·M2)으로 나눠 계산한다.

분기별 통화유통속도는 2007년까지 0.8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부터는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유통속도의 급락은 주로 경기 여건이 급변할 때 나타난다.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판단하기 어려우면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꺼리고 기업들도 투자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돈맥 경화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북한 핵실험, 영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급등 등 대내외 악재들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당국이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 지원으로 선회하면서도 전면적인 돈줄 죄기와 거리를 두는 것도 시중의 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할 경우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은 자금흐름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미시적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811조 원으로 불어난 단기 유동성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 수 있도록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은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의 자금 중개기능이 위축된 것과 관련이 깊다”며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빨리 진행돼야 돈맥 경화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