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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극복 Why&How?고기·밥심으로 ‘생체시계’ 리셋

입력 | 2009-06-08 09:09:00


허정무호 다녀온 중동지역 6시간 시차 순발력 13%·근력 10%·반응능력 44%↓ 바이오리듬 회복 최대 14일이나 걸려 고단백 식사·탄수화물 시차적응 보약

한국축구대표팀이 7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원정경기를 끝내고 돌아왔다. 중동의 기후나 음식 등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시차 적응도 큰 걸림돌이었다. 그만큼 시차 적응은 경기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음식이나 언어 차이는 비교적 쉽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지만 시차, 기후, 고도 차이에 따른 생체리듬의 변화는 해결책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특히 지리적 격차에 따른 시차와 그로 인한 시차증은 운동선수는 물론 관광이나 사업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일반인들도 겪는 어려움인데, 되도록 빨리 이를 극복해야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끌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에서는 경기력 유지를 위해 민감하고 중요한 시차증의 현상을 살펴보고, 과학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경기력 저하를 유발하는 시차증

사람과 동식물은 24시간을 주기로 회전하는 지구에서 수억 년에 걸쳐 살면서 정교한 생체시계를 진화시켜왔다. 생체시계는 수면, 각성 주기, 신체 대사율, 체온, 호르몬 분비량, 혈압, 심박수, 호흡수 등과 같이 인체 내부의 많은 생리적 요인들의 활동 주기(바이오리듬)에 영향을 끼친다.

1960년대 생체시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가 이뤄졌다. 어두운 지하에 사람을 살게 하고 그들의 일상생활을 조사했는데, 사람들은 밤낮을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25시간을 주기로 생활했다. 밤낮의 주기를 몰라도 인체에는 생체시계가 ‘자발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최근 인간의 생체 주기가 24시간 11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기에 따라 밤에는 체온이 떨어지고 잠을 자며, 식사시간이 되면 위액을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시킬 준비를 한다. 빠른 속도로 여러 시간 동안 지구를 횡단해 여행하면, 현지시계와 생체시계 사이에 격차가 생기는데 이를 시차라 한다.

시차로 인해 인체 내부는 혼란을 느끼고 생리적 기능의 변화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시차증(jet lag)이라고 한다. 시차증은 배를 타고 느린 속도로 횡단할 경우에는 생기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여러 시간 동안 동서 방향으로 횡단하는 경우에 발생된다. 그리고 시차가 없는 남북 방향으로 여행할 때는 시차증이 생기지 않는다.

시차가 발생하면 잠잘 시간에 태양이 중천에 떠 있고, 식사시간에 음식이 들어오지 않아 생체리듬이 깨진다. 특히 잠잘 시간에 경기를 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은 체력과 정신력 저하를 겪는다. 수면장애, 소화장애, 집중력 저하는 대표적인 시차증이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기 위해 오간 중동지역의 경우 대체로 5∼6시간 정도의 시차가 난다. 6시간의 시차가 날 경우 이는 순발력 13.7%%, 근력 10.3%%, 반응시간 44%% 정도 저하를 유발한다. 이 외에도 두통, 시력저하, 이명,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2∼3시간 시차 조절은 2∼3일 걸려

생체시계는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쉽게 변화하거나 조절되지 않는다. 실험에 의하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데 빛이 가장 중요하며, 외부온도, 식사시간, 활동시간 등도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격리된 공간에 밤낮을 바꾸어 조명해 주면, 바뀐 시간에 맞게 인체의 리듬이 서서히(하루에 1∼2시간씩) 조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시차가 클수록 조절에 걸리는 기간도 길어진다.

시차증은 2∼3시간 이상의 시차에서 느끼기 시작하며, 1∼2시간 시차는 시차증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2∼3시간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데에는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5∼8시간 시차에서 바이오리듬을 적응시키자면 수면은 2∼14일, 심박수는 5∼6일이 소요되고, 반응시간, 악력, 계산 능력은 2∼14일이 지나야 완전히 회복된다.

○생체시계 조절로 시차증 극복

생체시계 조절원리를 적용하면 통상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빠르게 바이오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

첫째, 빛과 신체활동을 이용한다. 현지로 출발 며칠 전부터 현지시각에 맞춰 하루 1시간 정도씩 수면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춘다. 도착 후에는 현지시각에 맞춰 행동하며 낮에는 선글라스를 사용하지 말고 직접 햇볕을 쬐면서 활동한다. 반대로 밤에는 불을 끄고 잠을 청해야 한다.

둘째, 카페인 음료를 이용한다. 카페인을 오전에 섭취하면 생체시계를 늦추고, 저녁에는 생체시계를 빨리 가게 한다. 따라서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저녁에 마시고 서쪽으로 여행할 때는 오전에 마신다.

셋째, 고단백식사와 고탄수화물 식사를 이용한다. 고기, 계란, 육류, 콩, 우유 등의 고단백식품을 섭취하면 각성을 높이고 활력을 제공하며, 밥, 야채샐러드, 빵, 과일 등의 고탄수화물 식품은 수면을 유도한다. 따라서 현지에서 낮에는 고단백 식품을, 저녁에는 고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다.

넷째, 멜라토닌은 인체에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을 유도하고 인체시계를 조절한다. 시차증 예방약으로 시판되고 있는데, 취침시간에 섭취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고 생체시계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정동식 KISS 수석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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