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미 투 헬’이 주는 공포감의 핵심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한 일상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이다. 사진 제공 퍼스트룩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11일 개봉하는 ‘드래그 미 투 헬’(15세 이상 관람가)은 샘 레이미 감독이 오랜만에 ‘전공’ 장르로 돌아와 만든 공포영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라는 홍보 문구는 무시하는 편이 좋다. 레이미 감독은 유머를 가미한 공포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1982∼93년)로 명성을 얻었던 인물이다. ‘드래그…’에서 그는 선량한 거미 영웅의 가면을 벗고 짓궂은 호러 마니아의 본색을 드러냈다.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웬만한 공포 장치에는 눈도 깜박하지 않는 공포영화 팬이라면 담력을 확인해 볼 기회다. 짜릿한 스릴은 즐기지만 ‘쏘우’처럼 신체가 마구 훼손되는 슬래셔를 싫어한다면 특히 권할 만하다. 하지만 조금 오싹한 얘기만 들어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은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시작부터 구구절절 설명 없이 악령과 저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이 압류당할 처지인 노파의 대출 연장 신청을 거절한 은행원 크리스틴(앨리슨 로먼). 노파는 “모욕당했다”며 요란을 부리더니 크리스틴에게 ‘라미아 저주’를 내린다. 영화는 악령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지옥으로 떨어질 저주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크리스틴의 좌충우돌을 그렸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며 가볍게 잊어버린 사소한 잘못이 다른 이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삶의 설움을 한데 뭉쳐 쏟아낸 노파의 저주에는 섬뜩한 개연성이 있다. 스토리에 대한 이런 현실적 공감은 무엇보다 효과적인 ‘드래그…’의 공포 요소다.
예상을 벗어난 깜짝 쇼는 없다. 레이미 감독은 뻔히 눈으로 보면서도 못 치는 강속구처럼 꽉 짜인 공포 장치를 차례로 날린다. ‘헬레이저’ ‘환상특급’ ‘그루지’ 등의 사운드를 맡았던 음악 감독 크리스토퍼 영은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삐걱삐걱 대는 빈집 문소리 등 일상의 사운드가 얼마나 큰 두려움을 안길 수 있는지 확인시켜 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