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한국생활 마치는 오버비 암참 대표, 사진 한장 가리키며…
“과격한 노조 투쟁문화에 외국인들 두려움 느껴
이 문제만 해결하면 투자매력 더 올라갈 것”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제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대표(사진)는 간담회 도중 갑자기 신문 1면을 들어 보였다. 거기에는 한국 노조의 과격 투쟁 사진이 실려 있었다. 21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11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가 한국을 위해 던진 진심어린 충고는 ‘과격한 노동쟁의 문화 개선’이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다음 달부터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아시아 담당 부회장으로 일하게 된 오버비 대표 환송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오버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의 발전을 위해 조언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미리 준비해 온 A4 크기의 흑백 프린트물 두 장을 꺼내보였다. 최근 발행된 영자신문 1면을 축소 인쇄한 프린트였다. 그가 “지난여름 (광우병 시위 때) 발행된 것”이라며 들어 보인 외신 1면에는 긴 막대를 든 시위대가 전경들을 포위한 채 때리는 모습이 톱 사진으로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또 다른 1면 사진에서는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노동자들이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치고 있었다.
오버비 대표는 “이런 모습들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진짜 한국의 모습을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 타도(Crush the management)’ ‘회사를 죽이자(Kill the company)’ 같은 구호가 한국의 시위 문화에서는 익숙하지만, 이러한 투쟁문화를 처음 보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는 굉장한 두려움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이 꼽는 한국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인재들의 우수성과 투철한 직업정신”이라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노동(사람) 문제가 가장 큰 투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만 극복된다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굉장히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버비 대표는 “처음 한국에 올 때만 해도 한국이란 나라를 잘 몰랐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열정과 경제발전 가능성을 보고 한국에 매료돼 21년을 살았다”며 “외환위기 당시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 월드컵의 열기 등 한국과 함께한 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힘든 일들을 훌륭하게 해냈고 그 덕분에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해내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는 “미국에 가서도 한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잊지 않고 워싱턴 사람들(정계 인사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 기업의 제3국 진출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은 아무리 어려운 위기를 맞아도 극복해낼 나라라고 믿는다.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영광이었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