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 문방구·서점 보다 많아… 게임기·스티커사진 등 서비스 전쟁
학교 앞 골목길엔 어느새 문방구, 서점, 분식집보다 노래방이 더 많아졌다. 노래방들의 서비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요구르트를 공짜로 주거나 과자를 무제한 ‘리필’해 준다. ‘쿠폰제’를 실시해 10번을 오면 한 번은 공짜로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곳도 있다. 손님이 붐비지 않는 오후 4∼7시에는 1시간 이용료(대부분 4000∼5000원)로 4시간을 이용토록 한 노래방도 있다.
고1인 진모 양(17·서울 송파구 장지동)은 매주 한 번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는다. 실수 연발로 시험성적이 떨어졌을 땐 여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좋아하는 이성친구 앞에선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스트레스를 풀 땐 소녀시대의 ‘Gee’나 원더걸스의 ‘노바디(Nobody)’를 부른다.
진 양을 비롯한 ‘노래방 마니아’들은 노래방 순례를 통해 노래방별 인프라와 서비스를 비교 분석한다. 1시간 기본 이용료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노래방 기기 및 스피커와 마이크의 음향 상태, 서비스(추가시간 제공 여부 또는 다과 무료 제공 여부) 수준, 인테리어도 꼼꼼히 확인한다.
특별한 기능을 갖춘 노래방 기기로 학생들의 발길을 끄는 노래방도 있다. 노래방 기기에 게임기능이 있어 게임과 노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노래방, 자기가 부른 노래를 녹음할 수 있는 서울 홍익대 앞의 ○○노래방은 평일에도 학생들로 붐빈다. 노래방에서 자기가 부른 노래를 휴대전화로 전송받아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뮤지컬 배우가 꿈인 고1 김모 양(17·서울 송파구 잠실동)은 “‘내가 직접 부른 노래를 싸이(월드)에 올렸다’고 친구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면 그날 방문자 수는 평소의 5배 이상 올라간다”면서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기 위해 이 방법을 활용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스티커사진기계를 노래방 내부에 비치해 시가보다 50% 이상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노래방이나, 집안 거실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한 노래방은 생일이나 이성친구와의 기념일을 맞은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 심지어는 마이크 울림(에코) 상태가 좋아 음성이 멋지게 전달되는 노래방은 별도로 점찍어 두었다가 나중에 잘 보이고 싶은 이성친구와 함께 가기도 한다. 마이크 울림이 좋으면 고음에서 ‘삐끗’해도 표시가 많이 나지 않고, 가성으로 불러도 진성처럼 소리가 굵게 나기 때문이라고.
고2 김모 군(17·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휴대전화 메모장엔 두 개의 노래 목록이 저장돼 있다. 동성친구들과 노래방에 갈 때 부르는 ‘진짜 좋아하는 노래’ 목록, 이성친구와 함께 갈 때 부르는 ‘관심 끌기용 노래’ 목록이 그것이다.
“다른 친구가 예약하기 전에 재빨리 노래 번호를 입력해야 좋아하는 ‘그 애’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죠. 제가 노랠 불러야 하는데 자꾸만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번호를 누르는 척하면서 실수를 가장해 노래방 기기의 ‘취소’ 버튼을 누르죠. 하하.”(김 군)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