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번째 US오픈 챔피언십이 18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욕 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파크 블랙코스에서 열린다.
US오픈 챔피언십은 마스터스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중 하나다. 역사와 전통에서는 마스터스를 앞서지만, 흥행 면에서는 마스터스에 뒤쳐진다.
마스터스가 메이저 대회 가운데 US오픈이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의 인기를 능가하는 이유는 마스터스만의 특별함이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PGA 스타들은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것은 크리스마스카드가 아닌 오거스타로부터 날아온 우편물이다. 그들은 ‘오거스타 내셔널’이란 소인이 찍혀 있는 그 봉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바로 마스터스의 초청장이다.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선 이 초청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선수들 사이에선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마스터스엔 뉴질랜드 동표 대니 리를 비롯해 18명의 선수가 처음으로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았다.
반면, US오픈은 초청장이 없어도 출전할 수 있다. 지역예선을 거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랭킹 1위 배상문(23·키움증권)은 지난달 26일 일본에서 열린 지역예선에서 3위에 올라 US오픈의 출전권을 따냈다.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도 9일 캘리포니아 소미스의 새티코이 골프장에서 열린 지역예선을 통과해 US오픈의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좁디좁은 문을 통과하며 이룬 쾌거다.
두 번째는 장소다. 마스터스는 미국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열린다. 개최장소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오거스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영영 바뀔 일이 없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주최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US오픈은 미국의 명문 골프장을 순회하며 개최된다. 올해 개최지인 베스페이지 골프장은 세계 100대 골프장에서도 몇 손에 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지금까지 개최된 장소만 봐도 화려하다.
페블비치 링크스코스, 토리파인스, 파인밸리, 메디나, 발할라, 서던힐스, 발투스롤 등 골퍼라면 한 번쯤 가보 싶어 하는 꿈의 코스다.
세 번째는 코스의 특성이다.
마스터스는 유리알 그린으로 유명하다. 살짝 대기만 해도 몇 미터씩 굴러가는 유리알 그린은 선수들을 치욕에 떨게 한다.
US오픈은 전통적으로 긴 러프를 고수한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라는 모토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잘 깎인 잔디에서의 골프는 변별력이 떨어진다. 정확하게 치고,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해내는 선수에게 US오픈 챔피언의 영광을 안겨준다.
또 다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은 영국의 링크스 골프장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미국 PGA챔피언십은 긴 전장의 코스에서 열린다.
마지막으로 전통이다.
마스터스는 비 상업성을 추구한다.
대회 코스에는 그 흔한 광고판 하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대회가 됐다. 아이러니다. 마스터스의 상금은 다른 대회와 달리 갤러리의 입장료와 방송중계료 등으로 충당된다. 그 때문에 상금 규모는 대회가 열리기 바로 직전에 결정된다.
US오픈의 가장 독특한 전통은 연장전이다. 일반 대회가 서든데스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 달리 US오픈은 다음날 18홀 라운드로 승부를 가린다. 지난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로코 미디에이트와 18홀 연장전까지 치렀지만 우승자를 가리지 못해 서든데스까지 치렀다.
91홀의 혈투 끝에 우즈가 승리를 챙겼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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