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최근 신흥 시장의 경제가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디커플링’이란 말은 어떤 현상을 의미하나요.
각국 경제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 ‘커플링’
특정 국가가 다른 흐름을 보이면 ‘디커플링’
美금융위기 이후 세계증시 곤두박질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도 동조화 보여
세계 모든 나라들은 인접한 나라들과 경제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각 나라의 경제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게 되지요. 서로 닮아간다는 뜻에서 이것을 ‘동조화(coupling)’ 현상이라고 합니다. 가장 흔한 사례로 주가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 들어보셨죠? 한국 경제와 미국 경제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지요.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의 주가도 떨어지고, 미국 주가가 오르면 한국 주가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미국의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한국의 주가는 이 영향을 받지 않고 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을 두고 주가가 디커플링 현상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탈(脫)동조화’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나라나 지역의 경제가 주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나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좁은 의미로는 주가나 환율, 금리 등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요소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사용하기도 하고 크게는 한 나라 경제 전반이 세계 경제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사용하기도 하지요.
최근 ‘디커플링’ 현상이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 국가의 경제가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와 두드러지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자주 사용된 시기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큰 성장을 했던 2007년이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의 주가는 부진했지만 신흥국의 주가는 파죽지세로 올랐지요. 엄청난 자원과 인구가 이들 나라의 매력으로 부각되면서 계속 투자금이 몰려들어 선진국과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디커플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10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의 주가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함께 곤두박질쳤습니다. 한국 인도 중국 등 선진국에 의존했던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도 타격을 입어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책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시장은 언제 위기를 겪었냐는 듯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52%나 올랐고 인도와 러시아의 주식시장도 각각 54%, 75%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코스피도 23%가량 올랐습니다.
반면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여전히 8,700대를 맴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선진국인 영국의 주가는 0.6% 하락했고 일본도 겨우 10%가량 상승했을 뿐입니다. 주가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의 실물경기 지표도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흥국의 디커플링 현상이 다시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입니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커플링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된다고 믿는 전문가들은 신흥국 내 시장이 탄탄하고 대(對)선진국 수출을 줄이고 신흥국 간 무역비중을 늘리면서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소비가 늘면 브라질 러시아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이 유례없는 경기 침체를 겪는 지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신흥국들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생산을 담당하면 미국 등 선진국이 소비하는 금융위기 이전 체제가 아직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미국이 물건을 수입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수출도 위축돼 다함께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