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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TV, ‘특이 직업’ 잇달아 소개

입력 | 2009-06-10 02:51:00


동물과 소통-귀신 내쫓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vs 퇴마사.’

국내 TV에는 특이한 직업의 외국인들이 잇달아 출연했다. 동물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랜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와 인간의 영적 상처를 치료한다는 ‘퇴마사’가 바로 그들.

‘동물과 소통하는 사람’ 정도로 번역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 1∼2개월 만에 SBS ‘TV 동물농장’을 비롯해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여러 방송에 등장했다.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TV 동물농장’에 4∼5월 출연했던 하이디 라이트였다. 20여 나라에서 활동하는 그가 눈을 맞추고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자 동물들은 변화를 보였다. 낯선 사람은 물론 주인까지 물고 할퀴던 고양이가 다정해졌다. 개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자폐 증세를 보이던 개가 가족과 외출하기 시작했다. 라이트는 “진심으로 다가서면 동물은 언제나 마음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교감의 감동을 전했다면, 퇴마사가 나온 프로그램은 보는 이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3일과 9일 tvN ‘심령솔루션 엑소시스트’에는 미국 목사 밥 라슨이 출연해 퇴마 의식을 선보였다. 엑소시스트 방송 1주년을 맞아 특별 초청됐다는 그는 30여 년간 세계 90여 개국에서 활동해왔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공포 쇼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라슨 목사는 아버지의 영혼에 사로잡혔다는 중년 여성, 몸속의 다른 영(靈) 때문에 자해를 반복해 벌인다는 여성을 치료한다며 퇴마 의식을 벌였다. 방송에서는 중년 여성이 치료가 됐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왔으나 시청자들이 믿기에는 허술한 구석이 있었다.

동물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나 귀신을 알아본다는 게 모두 믿기 어렵지만,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에서는 그나마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쪽이 나을 듯하다. 귀신을 알아본다는 재능은 개인의 영역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프로그램을 본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물도 상처를 받으니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단다”와 “사람은 이유도 없이 귀신에 씌곤 하니 참 희한하지?” 중 어느 게 나은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