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책임자 자격-임용방법 현행제도 유지… 중앙부처-지자체만 제한
정부가 공공부문 자체(내부)감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정작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본보 5월 12일자 A1면 참조 ▶ 모든 지자체-공공기관 감사기구 의무화
9일 동아일보가 현재 입법예고 중인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 내용을 분석한 결과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책임자(상임감사)는 임용 자격조건을 규정한 조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책임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규정한 자격 조건 적용을 받는 대상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국한됐다. 이렇게 되면 설령 이 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감사들은 2007년 5월 브라질 이구아수폭포 단체관광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그동안 자질과 낙하산 임명 관행과 관련해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아 왔다.
○ 개혁 ‘무풍지대’ 공기업 공공기관 감사는 법 적용 제외
법안은 △중앙과 지방 행정기관에서 감사 조사 수사 법무 회계 등의 직무에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5년 이상 경력의 판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감사와 정책 평가 등의 전문가가 아니면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감사책임자가 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책임자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 대신 지금처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관계 법령, 조례, 정관에 따라 각 기관이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감사의 자격이 ‘감사로서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애매모호하게만 돼 있고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열거하지 않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있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많은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법안의 당초 취지였는데도 법안에서는 이 내용이 제외된 것이다.
법안을 준비한 정부 당국자는 “감사책임자의 임명 기준을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면 적용 대상이 너무 많아져 일단 이번에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민간 기업의 감사는 “정치권의 공기업 감사 낙하산 인사가 여전한 현실에서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이렇게 되면 공기업이 정권의 전리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여전한 정치권 낙하산
감사나 평가 업무와 무관한 정치권 인사 등이 공기업 감사에 임명되는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말 현재 상임감사가 있는 52개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감사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공석인 2곳을 제외한 50명의 감사 중 62%인 31명이 정당, 대통령선거운동을 한 캠프 출신이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감사는 기관장과 달리 경영평가를 받지 않고 책임질 일은 적은 데 비해 고액의 연봉과 임기가 보장된다. 52개 공기업 중 자료가 없는 한 곳을 제외한 공기업 상임감사의 연봉평균은 8742만5000원에 달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