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구 외길 ㈜엠비아이 자전거 변속기 특허출원
日 시마노보다 3개월 빨라 日특허청 한국기업 손들어줘
獨법원선 日결정 뒤집어
올해 4월 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전거 부품 중소기업인 ‘엠비아이’ 사무실. 이 회사를 창업한 유문수 기술고문(54)과 그 아들인 유혁 대표(29·사진)는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 최대 자전거 부품 업체인 시마노와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엠비아이가 승소했다는 소식이었다. 시마노는 연매출 3조5000억 원에 직원 5500명인 자전거업계의 ‘골리앗’. 반면 엠비아이는 연매출 0원에 직원 9명이다. 10년간 고급 자전거 변속기(기어) 개발에 매달려온 이들은 “국내 녹색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고 환호를 질렀다.
국내 작은 기업이 시마노와 최대 1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특허권 싸움’ 벌이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인 엠비아이의 유 고문은 1990년대 말부터 자전거 핵심 부품인 변속기에 관심을 갖고 개발에 몰두했다. 자전거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자전거 산업이 언젠가는 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자전거산업은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자전거 수출량 세계 1, 2위를 대만과 다투었지만 1990년대 들어서 값싼 자전거를 만드는 중국에 밀렸다. 외환위기 때에는 자전거 부품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했다. 그래도 유 고문은 직원들과 연구개발(R&D)에 전념했다. 특히 기존 자전거 변속기는 외부에 노출돼 체인이 잘 벗겨지고 변속 속도가 느린 데다 소음도 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침내 변속 부품들을 밀폐된 원통형 장치에 몰아넣어 외관이 깔끔하면서 고장도 잘 나지 않는 변속기를 개발했고 1999년 12월 특허 출원에 성공했다.
시련은 다시 다가왔다. 아직 판로도 개척하지 못했는데 유럽에서는 엠비아이의 변속기와 흡사한 시마노의 변속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연간 500만 대씩 팔렸다. 유 고문은 시마노 변속기 특허가 엠비아이보다 3개월 늦은 2000년 3월 등록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지난해 3월 유럽에서 자전거 수요가 가장 많은 독일의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자전거 변속기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마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본 특허청에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해 ‘맞불 작전’을 폈다. 주변에서는 ‘과연 거대 기업이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회사 기술을 침해했을까’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일본 특허청은 올해 4월 엠비아이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특허청은 피해 배상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으나 소송비 전액을 원고인 시마노에 부담시켰다. 엠비아이는 시마노가 합의하자는 제안을 해와 변속기 단가, 특허 존속기간, 로열티 등을 감안해 합의금 1조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9일(현지 시간) 일본 특허청의 결정을 뒤엎었다. 시마노가 엠비아이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식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항소할 계획이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특허권을 지켜내 전 세계 자전거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