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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과잉 예측’으로 혼란 부르는 얼간이 전문가들

입력 | 2009-06-11 02:55:00


매달 둘째 주가 되면 선물옵션 만기일의 변동성 확대 경고를 담은 증권사 리포트가 어김없이 나온다.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청산으로 시장이 매물부담 때문에 급락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세상은 언제나 걱정투성이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 걱정의 이유다. 한쪽에서는 디플레이션 걱정을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프로그램 매물부담 걱정이다. 세상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걱정하는 동안 세계 주식시장은 이미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고 경기랠리의 초입에 진입했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증시 격언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상승(채권 가격은 하락) 현상은 신용경색으로 오버슈팅했던 안전자산(미국채)의 가격이 해소되는 현상이다. 미국채로 몰렸던 자금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회귀하는 과정이지 시중의 자금 수요가 너무 많아서 시중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은행들은 현재 돈이 필요 없어서 구제금융으로 지원받았던 돈을 중앙은행에 되갚겠다고 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경기가 과열되어 실물 수요가 급증해서가 아니라 상품가격의 상승에 베팅하는 헤지펀드의 투기성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디플레이션이 치료되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성급한 인플레이션 논쟁이 있다고 해서 미국 중앙은행이 당장 금리를 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선물옵션 만기일의 프로그램 매물 청산으로 인한 시장영향은 사실 예측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4명의 마녀가 날뛰는 시장(쿼드러플 위칭데이)을 도대체 어떻게 예측한다는 말인가? 프로그램 청산매물이 많다고 해서 시장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 매매의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 간의 베이시스차이 즉, 단기금리차를 얻기 위한 거래일 뿐이다. 그 거래의 청산으로 시장이 흔들릴 수는 있으나 단기수급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즉시 정상으로 회복된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과장하기를 좋아한다. 과거 경험상 선물옵션 만기일에 프로그램 청산거래 때문에 증시가 폭락하거나 그 때문에 추세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난기류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난기류지역을 통과하게 될 때 비행기가 흔들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후 난기류 지역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비행기에서 뛰어 내려야 할까? 그냥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된다.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선물옵션 만기일이 부담스러운 것은 프로그램 청산매물 때문이 아니라 ‘얼간이’ 선물옵션 분석 전문가가 너무 많아서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