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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떠오르는 새 별]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입력 | 2009-06-11 02:55:00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씨는 “내 음악이 정말 좋은가, 내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언제나 그런 걱정 속에 산다”며 “음악은 내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자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수연 씨


연주활동-독서 두루 섭렵

‘재능 1%, 노력 99%’ 믿는 신동

“좋아서 할뿐 인생 걸진 않아

테크닉보다 제 느낌 전달해요”

독일로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들려왔다. 6일 가느다란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다 막 독일 자택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이 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씨(22·뮌헨 국립음대).

독일 소도시 뮌스터에서 나고 자란,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 부부의 딸. 독일 공교육은 노래 잘하는 외국인 꼬마에게 숨겨진 빛나는 재능을 발견해 줬다. 악기를 빌리고 교수 레슨도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에 받을 수 있었다.

그는 9세 때 뮌스터 음대에 예비학생으로 들어갔고, 17세에 정식으로 입학했다. 대학 졸업 뒤인 지난해 10월 뮌헨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시작했다.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2006년 하노버 콩쿠르에서 이미 우승을 거뒀다.

“연주만 하면 편하고 좋죠.(웃음) 독일 연주활동이 많은 편이지만, 아직 매니지먼트사도 없고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통해 나를 좀 더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니얼 호프(영국 바이올리니스트·심사위원) 같은 분을 콩쿠르가 아니면 어디서 만나겠어요? 젊으니까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픈 마음도 물론 있었고요.”

신동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지만 그는 ‘재능 1%, 노력 99%’라는 말을 믿는다. 재능이 없으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습을 건너뛴 적이 없다. 딱 두 번 빼고는.

“꼬마 때는 그런 거 몰랐어요. 커가면서 부담도 많아지고 책임감도 커지고…. 힘들고 지쳐서 바이올린이 싫어질 때가 있었어요. 딴 생각하고, 놀고, 책 읽으면서 악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다시 하는 거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죠.”

그는 연습을 충실하게 하지만 오로지 바이올린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괴테의 작품 같은 고전의 풍부함과 깊이가 연주에 도움이 됐다. 그가 독서를 즐기는 이유다.

“연주는 바이올린을 통해 말이 아닌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건데, 이야기할 게 없으면 안 되잖아요. 부단한 연습은 테크닉을 기를 순 있지만 딱 거기까지예요. 내 이야기, 내 느낌을 전해서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또 다른 걸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연주자의 역할이죠. 그러니 연주자 자신의 삶과 경험이 없으면 안 돼요.”

현재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콘서트를 위해 다시 브뤼셀로 간 그는 8월 솔로음반을 내고,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김선욱 씨(피아노) 등과 함께하는 실내악 콘서트 ‘7인의 음악인들’(8월 26일)에 참여한다.

“바이올린은 자연스러운 길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조금씩 더 열심히 했고 그러다 보니 연주 기회가 생겼죠. 하지만 ‘바이올린이 인생의 전부’라는 분들을 보면 신기해요. 바이올린이 삶의 전부이면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바이올린을 평생 연주하겠지만 ‘내 운명’,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한 적은 아직 없어요.”(웃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