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1년만에 붙잡혀
1995년 개봉한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는 백수건달 주인공(박중훈 분)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잘못 입금된 거액을 찾아 도망가면서 벌어진 추격전을 그렸다.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해외에 거주할 때 자신의 계좌로 잘못 송금된 4억 원 대의 외화를 빼돌려 국내로 도망 온 40대 남성이 도피 1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조모 씨(48)는 지난해 홍콩의 모 반도체 무역업체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4일 현지의 한 거래처 직원이 조 씨의 계좌에 당시 환율로 약 3억9000만 원에 해당하는 300만 홍콩달러를 잘못 송금했다. 조 씨는 즉시 전액을 다른 계좌로 빼돌리고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조 씨의 귀국 사실을 확인한 피해업체는 국내 대리인을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귀국 후 1년가량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도피행각을 벌이던 조 씨는 6일 서울 근교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붙잡혔다.
조 씨는 “사업이 풀리지 않아 거래처마다 미수금이 쌓이는 등 고생이 심하던 차에 눈앞에 거액이 생기니 모두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며 “빼돌린 돈은 전부 거래처 미수금을 갚는 데 썼다”며 범행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