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압박 주도 ‘언소주’
대표 부인은 경향신문 기자
‘불법적 광고 따주기’ 묵인
한겨레-경향 측도 문제
중앙대 이상돈 교수 “이런식 광고 받아야하나”
언소주의 메이저신문 광고주 압박운동과 관련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마이너 신문들이 이를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자사 이익을 위해 언론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9일자 2면 ‘조중동 편중광고 ○○제약 첫 불매운동 대상’ 기사에서 언소주가 발표한 불매운동 대상 제품 이름을 거론하며 ○○제약이 메이저신문 광고를 중단하거나 한겨레, 경향신문에 비슷한 규모로 광고를 집행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이 신문이 특정 업체와 상품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언소주의 광고주 압박운동을 소개한 것은 사실상 메이저신문에 광고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이 제약사 제품의 경우 소비자 층이 넓은 상품이어서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언소주의 김성균 대표(44)의 신분과 관련해 서로 다른 두 개의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2006년 3월 21일자 25면 ‘북 서적 우리민족 장수비결 출간한 김성균 씨’ 기사에서 “1987년 당시 고려대 법대 총학생회의 기관지 ‘민주광장’ 초대 편집장 김성균 씨. 당시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란 기사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철창신세를 졌던 그였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2월 24일자 21면 ‘광고 불매 소비자들 주권 짓밟혔다’ 기사에서는 “김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출판사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던 시민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다르게 썼다. 더구나 김 대표의 부인은 현재 경향신문 기자여서 언소주의 광고주 압박운동의 동기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언소주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부 매체를 위해 사실상의 광고 영업행위를 대신 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언소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언소주 회원 등 누리꾼들도 “언소주의 운동이 한겨레 경향 광고 따주기 운동이냐” “언소주 회원이 경향 한겨레 광고국 영업사원들이 된 것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또 언소주와 일부 매체가 상부상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소주는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정론지’로 분류하고 구독 권유 운동을 하고 있다. 언소주는 홈페이지에 ‘4대 정론 주간지 구독하고 언소주 후원하기’ 게시판을 마련하고 시사IN, 한겨레21, 위클리경향, 미디어오늘 등의 구독후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이 이들 매체를 구독하면서 ‘언소주를 통해 구독한다’는 사실을 알리면 정기구독료의 일정액이 언소주에 돌아간다.
한편 한겨레, 경향신문이 언소주가 불법적인 압박으로 따 준 광고를 자기 신문에 싣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근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경향이나 한겨레 등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광고를 주니까 실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상돈 교수(법학)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 신문의 사정이 안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광고를 받지는 않겠다’는 작은 논평이라도 낸다면 이들 신문이 돋보일 수 있지 않은가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