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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택시요금 인상에 시민도 기사도 울상

입력 | 2009-06-11 06:29:00


시민들 “너무 올라 부담” 택시 이용 외면
기사들도 “사납금 채우기 더 어려워져”

1일부터 인천시내 택시 기본요금(주행거리 2km 이내)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18.29%(500원)가 올랐다. 택시요금이 크게 오르자 시민들이 택시 타기를 꺼리고 있다.

기본요금이 한꺼번에 500원이나 오른 데다 100원씩 추가되는 거리요금 단위도 159m에서 148m로 줄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심리적 부담은 더욱 크다. 여기에 시간 병산제에 따라 100원씩 오르는 시간도 39초에서 37초로 줄어 “택시 요금이 너무 비싸졌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택시업계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요금을 올리면 시민들의 가계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며 “택시도 분명 대중교통인데 인천시 물가대책위원회는 누구를 위해 요금을 결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민들이 택시를 외면하는 실태는 거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8일 오후 8시경 인천 남구 경인전철 주안역 앞 광장. 전철에서 내린 시민들을 태우기 위해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전철에서 내린 승객들은 택시를 외면한 채 대부분 버스승강장으로 향했다. 이승철 씨(28·인천 남구 주안8동)는 “택시요금이 오르기 전에는 부담 없이 택시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길이 조금이라도 막히면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택시를 탈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올해로 11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A운수 신모 씨(45)는 “택시요금이 오르니까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 사납금 채우기도 힘들다”며 “그나마 기본요금 거리를 자주 이용하는 중고교생 손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회사들은 1일 이후 승객이 평균 15∼20%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택시요금을 서둘러 올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과 일부 택시회사는 “인천시가 지난달 21일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요금 인상을 결정한 뒤 충분한 홍보도 없이 10일 만에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한 것이 시민들이 택시를 외면하게 한 원인”이라며 “물가대책위원회 위원들은 누구를 위해 물가를 심의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인천시가 요금 인상 첫날인 1일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택시 승객에게 200원을 할인해주던 보조금제도를 사전 홍보 없이 폐지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는 등 시의 졸속 택시행정도 불만을 키웠다.

개인택시 운전사인 최모 씨(56)는 “보통 택시요금이 오르면 승객 감소가 한 달 정도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경기침체에 맞물려 좀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라며 “법인택시 사장들은 요금인상에 따른 효과를 보겠지만 운전사들은 사납금 채우기가 빠듯해 신호위반, 과속 등을 일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