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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억 들여 뽑았는데…교육감 선거 또 해?

입력 | 2009-06-11 11:03:00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동아일보 자료사진


교육감 선거에서 차명재산을 누락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공 교육감은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으나 교육수장으로서 힘을 잃어 예정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들어간 세금은 320억 원이다. 공 교육감의 당선 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10월 보궐선거로 새로운 교육감을 뽑거나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혈세가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공 교육감의 선고 소식이 전해진 10일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비판 글이 가득했다. "충남도 재선거, 서울도 재선거. 교육감 선거는 재선거가 기본인가 보다. 하지만, 그 비용은 누가 책임지나. 당선자에게 선거 비용을 받아내든지 해야 한다(아이디 '반달곰')"는 등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공 교육감 외에도 주경복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전교조에서 8억9000만 원을 받아 논란이 됐고, 지난해 6월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오제직 전 충남도교육감은 인사 청탁 관련 뇌물수수와 교직원 선거 개입 지시 혐의로 취임한 지 84일 만에 자진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선제 교육감의 대표성이 강한 것도 아니다. 부산 15.35%, 서울 15.5%, 대전 15.3% 경기 12.3% 등 모두 10% 대에 머무르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교육감에 당선됐다고 해도 고작 유권자 전체 중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교육감 선거비용만도 경기교육감 선거에는 468억, 임기가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는 경북 교육감 보궐 선거에는 170여억 원이 들었다.

또한 정치권과 각종 이익단체의 개입에 따라 교육계가 분열되는 등 후유증도 심각하다. 벌써부터 전교조는 내년 6월에 있을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도입 2년이 조금 지난 직선제 교육감 선거 방식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각 시·도 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감을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법안을 4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교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할 때 러닝메이트로 교육감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 직책과 돈이 많이 드는 선거는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교육계 인사 가운데 선거를 치를 만큼 돈이 있는 사람도 없고, 돈을 합법적으로 모금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국 공 교육감처럼 돈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 집단이 스스로 교육정책 입안자를 뽑는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교육감 직선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