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도록 라디오 생방송을 하며 살고 있어요. 청소년기부터 좋은 건 모두 라디오를 통해 섭생하고 있죠.”
75년 TBC 라디오 프로그램 ‘오후의 다이얼’을 시작으로 라디오 진행에 입문한 가수 양희은에게 라디오는 지난 30년 여 년 동안 떨어지지 않은 각별한 존재다.
93년 CBS ‘양희은의 정보시대’를 거쳐 99년 MBC 라디오로 무대를 옮긴 그녀는 표준FM에서 ‘여성시대’(연출 이은주)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양희은은 MBC가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진행한 DJ에게 수여하는 ‘브론즈 마우스’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경영센터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만난 양희은은 “청취자의 사연이 무거워 처음 진행을 시작하고 5년간 체기가 얹힌 것처럼 괴로웠다”면서도 “세상을 겸손하고 낮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건 ‘여성시대’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양희은은 매일 생방송으로 고집하기로 유명하다. 그녀가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10년 동안 방송시간을 어긴 건 한 번 뿐. 폭설로 발이 묶여 전화 연결로 방송을 대신했다.
10년 동안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폭설 펑크’를 꼽은 양희은은 “당시 버스를 바꿔 타면서 모든 사람이 아침마다 ‘여성시대’를 듣는 건 아니란 사실을 새삼 알았다”며 “어릴 때는 내가 아니면 안 될 거라 생각하던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무감하게 흘러가는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청취자로는 지금은 세상을 뜬 추희숙 씨를 꼽았다. 고인과의 인연으로 양희은은 2005년 발표한 데뷔 30주년 기념앨범을 고인에게 바치는 헌정음반으로 만들기도 했다.
물론 아침 생방송을 진행하며 겪는 고충은 상당하다. 특히 자주 공연을 열고 다양한 무대에 오르는 양희은에게 매일 아침 일산 집에서 여의도까지 출근하는 일은 곤혹스럽다.
덕분에 직업병도 생겼다. 눈이 많이 내리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 “눈이 내리는 밤엔 ‘MBC 분장실에 가서 잘까’란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은 양희은은 “저녁에 공연을 하고 아침에 생방송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안배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그녀와 호흡을 맞춘 남자 진행자는 4명. 방송인 김승현과 첫 인연을 맺은 뒤 송승환, 전유성에 이어 현재 강석우와 공동 진행을 맡고 있다.
이날 양희은과 함께 만난 강석우는 “배우 김명민 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듯이 ‘여성시대’ 진행에서도 양희은이 아닌 다른 누구를 떠올릴 수 없다”는 말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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