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업체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미파슨스
부실시공 막는 매운 시어머니죠
서울 월드컵경기장(서울 마포구 상암동), 타워팰리스(강남구 도곡동), SK텔레콤 본사사옥(중구 을지로2가), 신세계 센텀시티(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히는 이들 건축물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한미파슨스’라는 기업이 있다.
한미파슨스는 사업주를 대리해 기획, 설계부터 발주, 시공, 유지관리를 통합 관리하는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ment) 기업이다. 국내에서 CM 전문기업은 한미파슨스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업무의 한 분야로 CM을 수행할 뿐이다.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한미파슨스 창업주 김종훈 회장(60)은 “집이나 빌딩 등을 직접 지어본 사람들 가운데 ‘십년감수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건설제도와 절차가 너무 복잡한 데다 건설업체 사람들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발주자를 대신해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CM은 건설과정의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건축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비용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체 고객의 60%가 단골로 사업을 맡기고 있다는 것. 김 회장은 “CM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시장도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샘건축연구소와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김 회장은 1996년 미국 CM기업인 파슨스와 합작해 한미파슨스를 설립했다. 이후 10년 만인 2006년 파슨스와 전략적 제휴만 맺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한미파슨스는 현재 미국 중국 리비아 등 34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803억 원, 영업이익은 90억 원이고 해외 수주액은 6450만 달러다. 올해는 매출 1000억 원, 해외 수주액 1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파슨스는 23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폐수처리,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을 가진 해외업체를 인수합병(M&A)해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현재 전 세계 CM업계에서 40위권인 한미파슨스는 2015년까지 매출 8000억 원, 수주 1조 원을 달성해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미파슨스는 사내외 인사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선정위원회에서 이순광 당시 부사장(현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정했다. 김 회장이 경영권을 내부 인재에게 넘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는 기업 여건에 따라 각자 판단할 일”이라며 “나는 한미파슨스를 가장 잘 아는 유능한 사람이 경영해야 회사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규모 빌딩이나 주택건설사업도 꾸준히 수주해 부실시공 가능성을 차단하고 비용을 줄이는 등 사회 전반의 건설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