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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들은]10년앞선 부동산 증여로 ‘상속세 다이어트’

입력 | 2009-06-12 03:03:00


한국 부자들의 재산 현황을 분류해 보면 대부분 부동산이 50∼80%를 차지할 정도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특히 70대 이상 부모님 세대에서 재산이라 함은 부동산에 ‘다걸기(올인)’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엔 주택, 토지, 상가 등 구분 없이 장기 보유에 따른 가격 상승이 다른 어떤 자산보다도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래되는 부동산의 실거래가와 세금부과에 적용되는 기준시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어 자산가들 사이에 부동산은 투자 선호대상 1번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고와 상속, 증여 시 우선적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모든 과표가 적용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이전에는 평균 실거래가의 60% 내외였던 과표 적용률이 거의 100%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의 경우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까지 쓸 정도로 세금 부담이 높아졌다.

전체 자산이 80억 원 정도 되는 한 고객의 상속을 예로 들어보자. 이 고객의 보유자산은 부동산 60억 원, 기타 금융자산은 20억 원이다. 배우자 공제와 자녀 공제로 최대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5억 원. 나머지 45억 원은 상속세 기준이 된다. 45억 원은 현행 세제상 50%의 최고 상속세율이 부과된다. 30억 원을 초과한 15억 원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적용되어 전체 상속세는 약 17억9000만 원이다. 상속인 처지에서는 부모님을 보낸 후 힘든 상황에서 상속세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상속세 외에 부동산을 이전하는 데 상당액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을 감안하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유난히 높은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부모로부터 거액의 상속을 받은 한 고객은 상속세를 내기 힘들어 부동산, 유가증권 등으로 대신 세금을 내는 ‘물납’을 하기도 했다. 물납 시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평가상의 손실이 불가피해 금전적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부동산의 효율적 사용도 제한을 받게 되지만 상속세 재원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장 거액의 상속세를 내기 힘든 경우엔 이자를 부담하며 분할 납부를 하기도 한다.

최근 부자들은 친구나 지인들의 상속인들이 부동산이 대부분인 상속 재산의 세금으로 부담을 겪는 것을 보면서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좀 더 일찍 증여를 해줘 미래 상속세를 절감하는 것이다. 이들은 현금보다는 향후 자산가치의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의 증여를 해준다. 증여세율은 현행 상속세율과 같지만 상당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서라도 현재 증여를 하는 부자들이 많다. 상속인에게 증여 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시작되면 증여한 자산이라도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증여세로 납부한 금액은 상속세에서 차감을 해주지만 증여재산이 합산되어 많아진 상속재산의 세율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 납부 의무가 있다. 그래서 자산가들 중에는 이르면 50대부터 자녀에게 증여를 해주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