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잠긴 여야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왼쪽)가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발언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6·10 도심 집회’를 마친 다음 날인 11일 민주당에서는 대여투쟁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제1야당이 국회를 등지고 길거리로 나간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목소리였다.
5선의 김충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태도”라면서도 “그럴수록 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정부 여당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인 김성순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은 서울광장이 아닌 국회”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재선인 박지원 의원도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의 장은 국회”라고 했다. 몇몇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한나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국회 개회의 시기와 명분이다. 당내에선 야3당과 시민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6·15 남북공동선언 문화행사가 14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주말까진 여론의 동향을 지켜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 개인이 행사장에 나가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당 차원에서 의사당 밖으로 나갈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실시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양보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무작정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지도부는 대통령 사과, 법무부 장관 교체 등 5개의 기존 요구 대신 여야 간에 국회 내 검찰제도개선특별위원회 신설만 합의되면 일단 임시국회 일정을 시작한 뒤 자유선진당 등 다른 야당과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공조를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구실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당청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개회를 위한 첫 단계인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 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강경론이 있는 마당에 국정쇄신과 관련한 당청 간 조율도 지켜보지 않고 여당과 협상부터 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