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頂上궁합
첫인상 중요… 첫만남 껄끄러웠던 盧-부시 임기 동안 삐걱
2.정책 방향
김대중-클린턴 관계 ‘대북 포용정책’ 기조 유지 후 좋아져
3.사전 준비
대북문제 - 한미동맹 어느 정도 조율… 큰 어려움 없을 듯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를 했고, 4월 영국 런던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30분간 ‘약식 회담’을 갖기도 했지만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은 양국 간 첫 정상방문을 통한 공식 만남이어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와 관련해 역대 한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른 요인을 면밀히 따져보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궁합이 맞아야 말이 통하지…”
양 정상의 첫인상은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다. 역대 한미 정상이 임기 내에 서로 직접 만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총 10시간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다자 간 회의가 많아지면서 전에 비해 만남의 빈도가 늘고는 있지만 첫인상과 그 뒤의 관계유지는 중요하다.
전 정권에서 미국과 마찰음이 잦았던 것도 이런 초반의 궁합 맞추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조지 W 부시 미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원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부시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1년 3월 첫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에 부정적이던 부시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해 의혹이 있다”며 불편한 인상을 내비쳤다. 그 뒤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의 길고 긴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역시 첫 만남이 껄끄러웠던 부시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충돌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2008년 12월 20일자)에서 “두 정상이 마음이 통하는(meeting of minds)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두 정상이 고성(高聲)을 질렀던 이 회담을 최악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돈을 세탁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제재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설전만 벌이다 끝났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런던에서의 첫 만남에서 좋은 교감을 나눴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데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상대방을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이 대통령의 성향이 합리적인 것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뭔가 통한다는 얘기다.
○ 궁합보다 중요한 게 정책 방향
김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비슷한 정책기조로 호흡을 맞췄다. 궁합보다도 정책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미 정상들이 과거 껄끄러운 관계를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한미 양국의 정권이 서로 보수와 진보 간에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도 한국의 보수와 미국 진보 정권이 4년을 같이 보내야 하기 때문에 뭔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양국 공통의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김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참화’로 끝났지만 다음 해인 2002년 2월 서울에서의 정상회담은 예상외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의 축’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방한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남북 대치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에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경하던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정권 내내 미국의 대북제재를 반대해 미국과 충돌했던 노 전 대통령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대북정책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췄다. 미국도 부시 행정부 2기에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이 온건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양측이 조금씩 접점으로 가까워지자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서면 남북한과 미국 3자가 6·25전쟁 종전 선언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철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
외교관들은 정상회담의 가장 적절한 시기와 방식은 누구도 이상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두 정상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실무진의 역량, 철저한 사전준비가 양 정상이 서로 부담을 던 상태에서 큰 그림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 인준청문회가 진행된 것은 고무적이다. 미국도 뭔가 준비를 마친 뒤 한미 간의 협의에 나선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