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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바쁜데… 한국 대표기업까지 발목 잡기

입력 | 2009-06-12 03:03:00

지난해 6월 메이저신문에 대한 광고주 협박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언소주 ‘광고주 협박’ 2탄 삼성그룹 지목

여론반발 예상… 불매운동 자충수 될듯

비난의식 ‘한겨레 경향 광고 밀어주기’ 철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11일 두 번째 광고주 압박운동 대상으로 삼성그룹 5개 계열사를 지목하면서 언소주가 소비자 운동 차원을 넘어 무차별적인 반기업 정서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소주는 8일 첫 번째 광고주 압박운동 대상으로 모 제약사를 지정하고 이 회사의 대표 제품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곧바로 이 기업에 대한 전화압박, 협박 글 올리기 등을 통해 압력을 넣으면서 이 제약사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는 조건을 수용하는 등 백기를 들었다.

언소주는 이것을 자신들의 운동이 가시적 성과를 낸 사례로 자평했다. 언소주는 다음 타깃으로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자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공격 대상으로 선정했다.

언소주는 2호 기업을 발표하면서 압박운동의 철회 조건을 변경했다. 1호 기업에 대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에 광고를 주면 운동을 철회했지만 이번에는 한겨레와 경향에 대한 광고 게재 여부와 관계없이 동아, 조선 등 메이저 신문에 대한 광고를 그만둘 때까지 압박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좌파매체에 광고를 싣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조직폭력배적인 행태라는 비판 여론이 거센 데다 언소주 내부에서도 “우리가 한겨레, 경향의 광고영업사원이냐”는 불만이 나와 ‘광고 밀어주기’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인지 압박 대상 제약사의 제품 이름까지 거론하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던 한겨레신문도 부메랑을 의식한 듯 11일자 사설에서 ‘광고 집행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타당하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언소주의 애당초 공격 목표는 제약사가 아니라 삼성그룹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매운동 처음부터 삼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언젠가는 불매운동을 펼쳐야 할 기업이었고 그 시점이 조금 빨라진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들이 삼성을 찍은 것은 삼성이 동아 조선 등 메이저신문에 광고를 많이 하는 반면 2007년 삼성특검을 전후해 대기업, 특히 삼성에 ‘적대적인’ 보도를 하는 한겨레 경향에 광고를 하지 않는 데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다.

언소주가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등 삼성의 대표적인 기업을 골랐다. 언소주는 이들 회사의 고가 휴대전화, 금융상품, 놀이시설, 골프장, 박물관까지 거론했지만 얼마나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소비자가 이들 기업의 우수상품을 선호하는 마당에 구매력이 떨어지는 언소주 지지층을 상대로 압박운동을 독려해도 실제로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심각한 시기에 국내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까지 비뚤어진 소비자운동의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져 역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화여대 법학과 최원목 교수는 “언론사에 대한 직접적인 의사 표시의 길이 열려 있는데도 광고를 싣지 말라고 광고주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광고주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며 “다른 수단을 통해 충분히 불만을 표시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이런 행동을 선택했다면 정당화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