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상인대학 첫 졸업식 “장사꾼으로 새 눈 뜬 기분”
“말도 마. 이 나이에 공부하느라 정말 힘들었어.” “할머니들이 열심히 하시는데 젊은 사람이 게을리 할 수 없잖아요.” “장사꾼으로서 새롭게 눈을 뜬 기분입니다.”
10일 오후 8시 강원 원주시 원주관광호텔 연회장에서는 뜻 깊은 졸업식이 열렸다. 원주시 중앙동 자유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주 상인대학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자리.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원주시가 후원하며 상지영서대 산학협력단이 위탁교육을 맡아 4월 14일 수업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수업 초기엔 자유시장 450여 개 점포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옷가게 아저씨부터 떡볶이 할머니까지 연령도 업종도 다양했다. 그러나 열정만은 하나같이 뜨거웠다. 수업은 매주 화, 수요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동안 건강문화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하루 종일 영업을 하고 난 뒤라 피곤했지만 수업 시간에 조는 사람은 없었다. 졸업 조건은 수업의 70% 이상 이수. 학생들은 4주 동안 8회 24시간의 기본과정과 같은 시간만큼의 심화과정을 이수했다. 100여 명 가운데 87명이 기본과정, 83명이 심화과정까지 통과해 학사모의 주인공이 됐다.
학생들은 상인 의식 개혁, 서비스, 판매 기법, 경영마인드 등 생소한 말들을 공책에 적어 가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썼다. 당시 수업을 지켜본 원주시 기업지원과 진연석 씨는 “한마디로 뜨거웠다”고 표현했다. 수업은 ‘웃음으로 이미지 변신하기’, ‘칭찬 리더십’ 등 가벼운 주제부터 ‘점포경영 절세 방법’, ‘불황 극복 마케팅’, ‘고객 사로잡는 쇼핑과학’ 등 전문 경영 기법까지 날마다 다른 주제로 진행됐다.
자유시장에서 30년 넘게 순댓국집을 운영 중인 최학연 씨(75·여)는 “선생님들이 수업을 항상 오후 11시까지 꽉 채우다 보니 버스가 끊겨서 택시비가 많이 들었어. 그래도 하루도 안 빠졌어”라며 웃음 지었다.
졸업식에서 모범학생 표창을 받은 분식점 주인 김동훈 씨(39)는 “최근 두 달은 상인으로서의 나를 완전히 바꿔놓은 시기였다”며 “현장에서 배우지 못한 귀중한 지식들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며칠 전부터 점포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상인대학에서 배운 대로 가게를 더욱 청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수업을 담당한 상지영서대 신창락 교수(유통경영과)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열정은 4년제 대학생 이상이었다”며 “학생들이 배우고 익힌 지식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