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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수근 징계해제’ 안되는 이유

입력 | 2009-06-12 08:23:00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7월 폭행사건을 저질러 ‘무기한 실격선수’처분을 받은 정수근에 대한 롯데 구단의 사면 요청을 다루기 위해 12일 상벌위위원회를 소집한다. 이제 유영구 KBO 총재가 상벌위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징계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하면 된다.

롯데의 징계 해제 요청 이후로 KBO는 고심을 거듭해왔다. 비교적 시시비비가 분명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결론을 도출했을 때 닥쳐올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데다, 징계 해제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놓고도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일정 정도의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벌위는 롯데의 요청이 있은 뒤로 9일 만에 소집되기에 이르렀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야구선수가 있어야 할 곳도 그라운드다. 따라서 사건 이후 속죄의 나날을 보내왔다는 정수근에게도 야구장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함이 한국적 미덕에 부합할지도 모른다. 롯데도, 일부 팬들도 정수근의 선수생명을 되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인정론에 불과하다. 또 야구에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기 귀찮을 때 빠질 수 있는 위험한 함정일 수도 있다.

해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30-40명의 선수들이 구단에 의해서 해고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를 못하고, 그래서 팀에 보탬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린’ 선수들 가운데 프로야구계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이는 극소수다. 대다수는 당장 살 길이 막막하다.

인정과 이치로 따지자면 이런 선수들이야말로 KBO와 구단들이 우선적으로 구제해야 할 약자들이다. 얼마 전 출범한 KBO의 야구발전실행위원회도 야구인 실업 해소를 중점과제로 선언하지 않았는가.

정치적 논란을 비롯한 숱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유영구 총재다. 그래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기꺼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명예는 스스로 지켜야 남들로부터도 존중받는 법이다. ‘무기정학이 유기정학보다 약한 솜방망이가 되는’ 학교에서는 교장은 물론 연루된 학부모도 함께 욕을 먹게 마련이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분명 KBO가 매년 발간하는 한국프로야구 연감에도 수록된다. 유 총재가 본인뿐 아니라 프로야구계 전체의 명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를 기대한다. 인정에 이끌려 원칙과 명분을 상실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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