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부로 신인기수 세 명이 서울경마공원에 입성했다.
박상우, 이기웅, 김혜선(여)은 모두 한국마사회 경마교육원 제27기 졸업생으로 앞으로 박태종, 문세영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실력을 겨루게 된다.
이들 세 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1988년생이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강력한 국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경주로에서도 큰일을 내지 않을까 싶다.
이들을 지도했던 마사회 경마교육원 김진갑 차장은 “최근 기수교육과정이 강화되면서 세 사람은 어떤 선배들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세 명 모두 재능이 출중해 훌륭한 기수들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교육원 재학시절, 사상 최초로 남아공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나이로 22세 동갑이지만, 굳이 서열을 따지자면 박상우(1988.3.18)기수가 맏형이다. 셋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
성격도 좋아 두루두루 친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허물없이 지낸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안무가가 되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춤추고 운동하는데 푹 빠져 살던 박상우 기수는 선생님의 권유로 한국마사고등학교에 입학해 기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비보이 뺨치는 댄스실력을 갖춘 그는 남아공 연수시절 환상적인 춤 솜씨를 뽐내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기웅(1988.3.23) 기수는 연예인처럼 잘 생긴 외모로 눈길을 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시원한 미소는 앞으로 여성팬의 가슴을 설레게 할 듯싶다.
이기웅 기수는 박상우 기수와 마사고등학교 동기로 오랜 시절 서로 알고 지낸 친구다. 동기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기수로서 성공하고픈 야망이 크고, 유연하고 힘 있는 말몰이가 장점인 조경호 기수를 존경한다. 교육 중 다 같이 낙마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박상우 기수는 시험을 보다가 말과 함께 구르면서 펜스를 부쉈고, 이기웅 기수는 경주 마술 시간에 말이 뒷발차기를 하면서 뒤로 날아갔다.
신인기수 3인방 중 홍일점인 김혜선(1988.8.31) 기수는 동그란 얼굴형에 귀여운 미소를 지닌 ‘미소녀’. 경마교육원 김진갑 차장은 “김 기수는 귀여운 인상과는 달리 명석한 두뇌와 놀라운 집념의 소유자다. 졸업 성적도 매우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김혜선 기수는 두 동기와는 달리 마사고등학교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를 나왔고, 장래 희망도 수의사였다. 전혀 다른 길을 걷던 김혜선 기수는 큰 오빠를 통해 기수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동물에 대한 사랑과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기수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수는 체력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직업이지만, 김혜선 기수는 정신력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했다.
신인기수 3인방은 13일(토) 4경주 후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고객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