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임영신 이혜영 지음/456쪽·1만6000원·소나무
네팔의 굴 바하두스는 여행자들을 위한 포터(짐꾼)로 히말라야를 오르다 고산증을 앓는다. 바하두스를 고용한 여행자들은 그를 병원으로 데려다주지 않고 하루치 품삯을 주고 혼자 되돌려 보낸다. 고산증에 시달리던 그는 산 속에서 쓰러진 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으나 동상에 걸려 양쪽 발가락을 모두 절단했다.
인권단체가 정한 포터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포터가 병에 걸릴 경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이가 병원까지 동행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 여행사가 포터들을 위한 인권 규정을 지키는가를 확인함으로써 바하두스와 같은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포터들을 위해 등산용품을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여행지의 인권이나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서 여행을 하자는 ‘공정 여행’을 제안한다. 태국의 코끼리 서커스 이면에는 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받는 코끼리들의 고통이 숨어 있고, 관광상품이 된 소수민족이 원래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저자들이 세계를 누비며 발견한 현지인들의 삶 이야기와 공정 여행 코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여행이 만남이자 관계임을 믿는다면 이처럼 새로운 관점의 여행을 떠나볼 만하다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