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코드/대니얼 코일 지음·윤미나 옮김/319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영국 시골의 가난한 브론테 집안에서 샬럿, 에밀리, 앤이라는 세계적인 작가 자매가 나온 요인은 천재성 때문이었을까. 실내코트가 하나뿐인 모스크바의 한 테니스클럽에서 세계 100위권에 드는 선수를 수십 명 배출한 이유는 뭘까. 실력이 탁월한 제자를 길러낸 스승의 비결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특별한 능력이란 타고난 유전자가 아닌 노력으로 성취된다’는 가정 아래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를 분석한다. ‘탤런트 코드’다.
탤런트 코드의 첫 요소는 목표에 적합한 효율적 훈련인 심층연습이다. 저자는 브론테 집안의 세 자매는 결코 천재가 아니었으며 끊임없이 ‘미숙한 모방’으로 실력을 다듬는 심층연습의 사례였다고 말한다. 실증자료를 토대로 브론테 자매가 타고난 천재였다는 ‘신화’를 깬 역사학자 줄리엣 바커에 따르면 브론테 자매는 어려서부터 평균 80쪽 분량의 책을 20일에 한 권씩 쓸 만큼 엄청난 양의 글을 썼다. 유치하고 차마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의 글은 그런 심층연습을 거쳐 위대한 작품의 거름이 됐다. 미국육군항공대(공군의 전신)가 1910, 20년대 25%에 이르던 조종사 사망률을 낮춘 데에는 1930년대 장난감 비행기 모양의 연습기구를 도입해 실전연습을 강화한 데 있었다.
두 번째 요소는 심층연습에 필요한 동기 부여다.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자기암시가 중요하다. 1998년 17세의 안나 쿠르니코바가 윔블던 준결승에 오른 뒤 2004년이 되자 러시아 여자 테니스 선수는 주요 대회 결승전에 자주 등장했다. 2007년 10위권에 5명, 50위권에 12명이 포진할 정도였다. 1954년 5월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세계 최초로 ‘마(魔)의 4분’ 안에 1.6km를 완주한 뒤, 3년 동안 모두 17명이 4분 벽을 깼다. ‘배니스터가 한 일을 같은 육상선수인 내가 못하겠느냐’는 자기암시가 심층연습에 불을 붙였던 셈이다.
뛰어난 스승에게는 특별한 게 있었다. 클래식 교육으로 이름난 뉴욕 북부의 메도마운트 음악학교의 첼로 교사 한스 젠슨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농구팀의 명감독 존 우든은 제자들의 연주와 플레이를 보며 보강할 부분만 짧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배움의 초기 단계에서는 사랑이 중요했다. 시카고대 연구팀이 1980년대 초 세계적 수준의 피아니스트, 수영선수, 테니스 챔피언, 수학자, 신경과학자, 조각가 등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세계 수준의 인재 중 상당수는 맨 처음 만난 스승을 ‘친절하고 다정하며 아이를 사랑하는 분, 매일 만나는 게 즐거운 분’으로 기억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