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에고, 짜다/함민복 지음·염혜원 그림/100쪽·9000원·비룡소
이 동시집에는 소라 새우 숭어 성게 멸치 해파리 낙지 줄돔 등 바다에 사는 각종 생물이 등장한다. 한바탕 왁자지껄하다. “집이 있어 좋겠다”는 시인의 말에 집게는 “꼭/그렇지도 않아요//우린 외식도 못하고/외박도 못해요”(‘집게’)라고 대답한다. 어떤 물고기는 사람들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우리들한테/비린내 난다고 하지 마세요//코 막지 마세요//우리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미끄러운 피부, 거친 피부/다 특성에 따라/정성들여 화장한 거예요”(‘비린내라뇨!’)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등 서정적이고 따뜻한 위안을 주는 시를 발표해온 시인 함민복 씨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집을 펴냈다. 개펄의 생명체와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써냈다.
볼락 졸복 짱뚱어 등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신기한 이름의 물고기는 각자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한마디씩 한다. 짱뚱어는 “나 물고기 맞아/수영 실력은 간신히 낙제 면했고/뻘에서 기어 다니는 데는/일등//나 물고기 맞아”(‘짱뚱어’)라고 말하고 볼락은 “똥 싼 물 먹고/똥 싼 물에서 놀고/똥 싼 물에서 자고/똥 싼 물에서 산다고//흉보지 말아요…사람들은 우리를/맛있다고 잡아먹잖아요”(‘볼락의 변명’)라고 한다. 졸복은 ‘나는 화가 나면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나는 겁이 나도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그러면 내 배보다 큰 입 가진 고기 없어/나를 못 잡아먹지’(‘졸복’)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동시를 보면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사는 어떤 모습의 물고기들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시를 읽는 어린이들에게’라는 글에서 “이 시를 읽는 여러분보다 나는 시를 못 써요. 어린이 마음 자체가 시인데, 나는 어른이 되면서 그 맘을 많이 잃었어요”라며 “시를 써 책으로 묶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예요. 이 정도만 시를 써도 시집을 낼 수 있구나 하는 희망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각 편의 동시에 맞춰 염혜원 작가가 물고기를 익살맞고 다양하게 그림으로 그려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